주역 괘로 세상을 표현하는 법(음효·양효부터 SSIM 모델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자)
주역의 괘는 단순하게 생겼다.
하나로 이어진 줄(양효, —) 또는 가운데가 끊어진 줄(음효, - -)이 전부다. 이것을 효(爻)라고 부른다.
음효와 양효는 세상의 모든 음과 양을 상징한다. 여자와 남자, 하늘과 땅, 밤과 낮, 여름과 겨울 ... 세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은 음과 양 2분법적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음효나 양효의 3개를 쌓아올려서 만든 괘를 소성괘(小成卦)라고 하고, 그 소성괘를 두개 거듭해 만든 괘를 대성괘(大成卦)라고 한다.
음 또는 양이 3개 거듭되면, 2^3(2의 3승. 2 x 2 x 2)이 되어 총 8가지의 경우수가 나온다. 그래서 소성괘는 총 8개의 종류가 있고 이것을 팔괘라고 부른다. 팔괘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의 4괘(건☰, 곤☷, 감☵, 리☲)가 대표적이다. 건곤감리 말고도, 태☱, 진☳, 손☴, 간☶가 있다.
8개의 소성괘가 두번 거듭되면 8*8 = 64가지의 경우수가 나온다. 따라서 대성괘를 64괘라고도 한다.
삼라만상의 상태와 변화는 64괘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팔괘가 단어라고 하면, 64괘는 단어와 단어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문장이다. 하나의 단어가 상징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그 단어가 두 개가 되면 표현 가능한 범위는 무궁무진해진다. 왜냐하면 주역의 단어는 명사 뿐만 아니라, 동사, 형용사, 부사 등 모든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기에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얼마든지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다음과 같은 상황이 있다.
이것은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험하거나, 거칠거나, 강력함을 감추고 있는 상태다. 겉과 속이 다른 상황이다. 그 상황을 위와 같은 문장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아래와 같은 주역괘로 상징(!)할 수도 있다.

지수사는 주역의 7번째 괘다. 상괘는 땅을 상징하는 곤☷, 하괘는 물을 상징하는 감☵으로 되어 있다.
곤의 일반적인 의미는 땅이지만, 반드시 땅만 되는 것은 아니다. 땅과 같은 것, 즉 품어주고 키워주는 것, 어머니와 같이 따뜻한 존재, 기반이 되는 인프라 등등을 모두 포섭한다. 인간의 육체가 될 수도 있고, 신체 부위 중 복부 등을 의미할 수도 있다.
감의 일반적인 의미는 물이지만, 마찬가지로 물과 같은 것, 거친 것, 군사, 음흉함, 험함, 계략 등이 될 수도 있다.
곤 아래 감을 감추었으니, 뱃속에 험한 무언가를 감춘 것이고, 그것은 마음 속에 음흉한 계략을 숨긴 것과 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수사는 몰래 양성하는 군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곤은 음으로 가득찬 어두움, 밤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아무도 모르게'의 적절한 상징이다. 감은 군대, 강력함 등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아무도 모르게 준비해둔 군대'는 바로 지수사의 모습이다.
결국 마음 속에 음흉한 계략을 감추고 있는 모습이나, 아무도 모르게 군대를 양성하고 있는 상황은 지수사로 모두 같은 상황인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꿈쩍않는 구조물, 체계, 형상이 아래 부분부터 조금씩 무너져 가는 모습이다. 이것은 18번째 주역괘인 산풍고(山風蠱)로 표현할 수 있다.

산풍고는 상괘가 간☶, 하괘가 손☴으로 되어 있다.
간의 일반적인 형상은 산이다. 산은 멈추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멈춤의 상징이다. 또 높은 하늘에 비추어 보면 산은 하늘 아래 바짝 엎드린 모습이다. 그래서 납작 엎드림의 상징이기도 한다.
손의 일반적인 형상은 바람이다. 바람은 끊임없이 불고 사방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소통의 상징이다. 또한 바람이 끊임없이 움직이면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변화와 혁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간의 멈춤과 납작 엎드림의 깊은 속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무언가 꿈쩍않던 상태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변화는 아직 본격적인 것은 아니다. 산풍고는 바로 그 지점의 상태를 상징한다.
특히 산풍고의 고는 蠱(벌레 고)를 쓴다. 이 글자는 그릇(皿)에 벌레(虫)가 우글거려 썩어가는 모습을 상징하여 '부패', '혼란', 또는 '오래된 폐단을 고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것은 간 속의 손이 상징하는 바와 정확히 같다.
같은 의미로 건물의 기초가 조금씩 무너지는 것 뿐만 아니라, 꿈쩍 않던 조직과 사회 체계의 기초가 흔들리고 금이 가고 있는 것은 모두 산풍고다. 북한과 같이 폐쇄된 사회에서 질서를 흔드는 움직임이 밑바닥에서부터 조금씩 발생했다면 그 상황은 산풍고다. 꿈쩍 않던 암조직이 항암 치료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도 산풍고다.
산풍고의 의미 자체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와 같은 상황은 모두 하나의 괘로 포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팔괘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세상의 모든 상황과 변화를 64괘라는 문장으로 표현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주역의 64괘를 이용하여 현재 조직과 그룹의 공생 상태도 표현할 수 있다. 즉, 얼마나 한몸을 이루어 효과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지, 아니면 모래알 조직이나 따로 국밥처럼 잘 뭉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원인과 현상은 무엇인지를 주역 괘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공생 시스템 주역 모델'(Symbiotic System Iching Model, SSIM)이라고 부른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언급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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