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시작: 인드라 vs 아후라 마즈다, 그리고 주역으로 본 공동체의 분열 (쾌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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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초원의 서사적 분위기를 담은 석조 전차의 모습. (출처: StockCake)
고대 초원의 서사적 분위기를 담은 석조 전차의 모습. (출처: StockCake)

아리아인의 생존을 위한 대이동과 전사 집단으로의 변화

공동체는 살아있는 생명이다.

그래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둘로 분열되기도 하고, 분열된 두 그룹이 서로 대립 갈등하기도 한다.

기원전 2000년경, 중앙아시아 초원의 유목민이었던 아리아인들이 그랬다. 그들은 원래 초원에서 소와 말을 키우면서 사는 비교적 온순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과 생존을 위한 인도·이란 대륙으로의 대이동 과정에서 타 부족과의 극심한 영토 경쟁에 직면했다.

기동력과 군사력을 높여준 아리아인의 기마-전차 문화 (출처: PHAS / Universal Images Group via Getty Images)
기동력과 군사력을 높여준 아리아인의 기마-전차 문화 (출처: PHAS / Universal Images Group via Getty Images)

그들은 생존을 위해 말을 길들여 전차(Chariot)를 개발하고 청동기·철기 무기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거친 이동 환경과 끊임없는 전투, 기동성 높은 전차 기술이 결합하면서 아리아인은 점차 강력한 기개와 군사력을 갖춘 강인한 전사 집단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약탈과 정복이 일상화되었고, 강인한 힘을 가진 신 '인드라'를 숭배하는 집단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아리아인들이 힘을 숭배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일부는 약탈과 폭력을 배척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아리아인 예언자였던 조로아스터였다. 조로아스터는 약탈과 폭력을 정당화하던 기존 신들을 배척하고, 세상의 유일한 최고신이자 지혜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를 섬길 것을 선포했다.

조로아스터의 등장과 선악의 우주적 대립

조로아스터가 창시한 종교, 조로아스터교가 가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세상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조로 나눴다는 점이다. 그들은 언젠가 자비롭고 선한 신이 약탈자의 악한 행위를 부추기는 악한 신을 몰아내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었다. (이와 같은 선과 악의 우주적인 경쟁 구조는 그 이후에 등장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은 많은 종교들의 기본 종교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것은 아리아인이라고 하는 거대한 공동체가 힘을 추구하는 인드라 신과 선을 추구하는 마즈다 신을 두고 갈라진 것을 의미한다. 특히 조로아스터교의 추종자들은 인드라 신을 추종하는 악의 무리를 모두 무찌르고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대적인 영혼'들을 모두 불로 태워버려야만 우주가 원래의 완벽한 상태로 회복될 거라고 믿었다.

악을 몰아내고 우주의 순수함을 회복하고자 태운 정화의 불꽃 (출처: BalkansCat / Getty Images)
악을 몰아내고 우주의 순수함을 회복하고자 태운 정화의 불꽃 (출처: BalkansCat / Getty Images)

서로를 무찔러 제거해야만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상황만큼 비극이 또 있을까. 주역의 음과 양의 구조로 볼 때, 조로아스터교의 입장에서는 같은 아리아인 공동체에서 인드라의 추종자들은 음의 세력이었다. 물론 자신들은 양의 세력이라고 믿었으니 말이다. 양이 음을 몰아내는 상황을 나타내는 상황이 뭘까.

아리아인을 하나의 공동체로 볼 때, 마즈다의 추종자들은 양, 인드라의 추종자들은 음이라고 볼 수 있다. 양의 명분에 떠밀려 점점 더 음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 상부와 하부가 서로 한몸으로 연합하지 못하고, 하나에 의해 하나가 제거될 수 밖에 없는 비극.

공동체의 비극적 분열과 주역 43괘 택천쾌(澤天夬)

'공생 시스템 주역 모델'(Symbiotic System Iching Model, SSIM)로 보자면, 그 비극적인 상황은 43번째 괘인 택천쾌(澤天夬)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쾌(夬)라는 괘명부터 결단하다, 틔우다, 쪼개어 가르다라는 뜻을 가진다. 조로아스터교가 탄생하며 기존의 약탈적 신(인드라, 데바)을 '악마'로 재정의하고 완전히 갈라선 선명한 단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하괘가 양으로 가득찬 하늘이 밀고 올라오고 있고, 상괘는 물로 가득차 있는 연못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에서부터 가득차 올라오는 양의 기세에 음이 점점 밀려나는데, 결국 마지막 6번째 상효 하나에 음이 겨우 걸려있다.

43. 택천쾌(澤天夬)
43. 택천쾌(澤天夬)

상괘인 못(澤)이 하괘인 하늘(天) 위에 올려져 있어 언젠가 수문이 터져 물이 쏟아져 내릴 듯한 일촉즉발의 분열 순간을 쾌만큼 잘 보여줄 수 있는 괘가 있을까. 그리고 인드라와 마즈다의 충돌과 같은 아리아인들의 분열을 쾌만큼 잘 보여주는 괘가 있을까.

쾌 괘를 살펴보며, 기원전 1,000년전의 아리아인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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