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복지의 실현, 리어카 광고로 어르신 자립 돕는 사회적 기업 '끌림'의 '공생 비즈니스' (feat. 주역 택산함괘)

리어카 광고, "월 7만 원의 기적"을 싣다 (사진출처 : '끌림' 웹사이트)
리어카 광고, "월 7만 원의 기적"을 싣다 (사진출처 : '끌림' 웹사이트)

7년전 언젠가, 소셜벤처 '끌림'에 끌렸다

도시 구석구석 조용히 폐지와 고물을 줍는 어르신들이 있다.

이 분들이 하루 종일 거리와 골목에서 무거운 폐지를 주워도, 손에 쥐는 돈은 고작 몇 천원, 만원을 넘기 힘들다. 고된 노동과 도로 위의 위험 그리고 최저시급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입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이러한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내 부모나 조부모인 것처럼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이러한 일을 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경제적으로 돕고, 동시에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부심을 갖게 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소셜벤처 '끌림'이다.

'끌림'을 처음 접했던 것은 2019년 1월 신문기사에서 였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리어카(손수레)를 끌잖아요? 이분들이 끌고 다니는 리어카에 저희가 광고를 부착해 시선을 ‘끈다’는 의미로 ‘끌림’이라는 이름을 만든 거죠.” 서울대 SK경영관 창업실습실에서 만난 이소현 끌림 대표(서울대 경영학과 3학년)는 ‘끌림’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중략)

끌림은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리어카에 광고판을 부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고물상을 찾아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사업의 기틀이 잡혔다.

(중략)

동네 곳곳을 천천히 돌아다니는 리어카는 1인당 광고 노출시간이 버스, 택시 등 다른 옥외광고에 비해서 길다는 장점이 있어요. 광고를 진행해 보니 어르신들이 한 달에 추가로 7만 원 정도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절대적인 액수는 작아 보이지만 폐지를 모아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돈이 10만 원 안팎인 걸 생각하면 큰 금액이죠.”


<매일경제, 2019년 1월 16일, "폐지 리어카에 광고판 … 어르신 자립 도와요">

7년이 지난 지금,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본 '끌림'은 여전히 활발히 활동중이었다.

어르신들에게 기존의 무겁고 노후화되어 사고 위험이 컸던 고철 리어카 대신, 항공 소재 등을 활용하여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경량 리어카를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었고, 오래전에 보았던 기사의 내용처럼, 리어카의 양측면 공간을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활용하여 기업의 협찬을 이끌어내고,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의 대부분을 어르신들께 직접 전달하는 혁신적인 선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다.

소셜벤처 '끌림'은 여전히 활발히 활동중이다 (사진출처 : '끌림' 웹사이트)
소셜벤처 '끌림'은 여전히 활발히 활동중이다 (사진출처 : '끌림' 웹사이트)

'끌림'이 대단한 것은 비지니스와 복지의 교차점을 찾은 것

단순히 복지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폐지 수거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의 따스한 감정을 그들은 어르신들이 당당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그리고 그 플랫폼이 작동할 수 있는 에너지로 이끌어 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또 누군가는 쓸모없어진 옷가지나 고물을 거리에 내놓는다. 특히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지금, 종이 박스가 쓰레기가 되어 쌓이는 일은 빈번하다. 누군가는 이를 도시 환경 미화 차원에서라도 치워야 한다.

'끌림'은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활동에 주목했다. 어르신들은 폐지와 고물을 체계적으로 수거함으로써 자원 재순환을 촉진하고 도시 환경을 정비하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에 '끌림'의 플랫폼 위에서, 해당 어르신들에게는 안정적인 부가 수입과 경량화된 도구를 통한 작업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복지 서비스가 된다. 동시에 ‘끌림’에게는 이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안착시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수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사업 모델이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비지니스의 영역과 따뜻하고 감성적인 복지의 영역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냉혹한 논리에 기반하여 움직이는 광고주(기업)는 도심 곳곳을 누비는 리어카를 통해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친근하게 노출하는 효율적인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매일 아침 거친 손마디로 삶을 일구는 어르신들은 그 리어카를 끌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자 광고 수익이라는 소중한 재원을 확보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존엄성을 얻을 수 있다.

광고주와 노인, 이 두 주체는 겉으로 보기에 서로 전혀 다른 목적과 가치관을 가진 듯 보이지만, ‘리어카’라는 작지만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서로 돕는 강력한 공생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 이것은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상호 의존성’, '공생'에 대한 소중한 각성이기도 하다.

주역 택산함(澤山咸)에서 '끌림'의 공생을 찾다

이러한 공생의 구조는 주역(周易)의 31번째 괘인 택산함(澤山咸) 괘가 담고 있는 깊은 철학적 원리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함(咸)은 ‘모두 다함께’라는 의미의 모두(皆) 아래에 마음(心)이 붙은 형상으로, 인위적인 계산이나 사사로운 욕심이 개입되기 전의 순수한 감응(感應)을 상징한다.

31. 택산함(澤山咸) - 산 위에 연못이 있는 구조다
31. 택산함(澤山咸) - 산 위에 연못이 있는 구조다

괘의 형상을 보면 위에는 부드럽고 유연한 연못(澤)이 있고 아래에는 굳건하고 흔들림 없는 산(山)이 위치하여, 산 위의 연못물이 아래로 스며들고 산의 기운이 위로 솟아올라 서로의 기운이 막힘없이 소통하는 형상을 띤다. 가장 위가 음효인 연못과 가장 위만 양효인 산은 음양 측면에서도 서로를 보완해주고,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주역의 단전(彖傳)에서는 이를 두고 “천지가 감응하여 만물이 화생하고, 성인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천하가 화평해진다(天地感而萬物化生 聖人感人心而天下和平)”고 설명한다.

천지가 감응하여 만물이 화생하고, 성인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천화가 화평하다.

天地 感而萬物 化生, 聖人 感人心而天下 和平.

<周易, 31. 澤山咸 彖傳>

하늘과 땅이 편견 없이 만나 생명을 길러내듯, ‘끌림’ 역시 자본력을 가진 기업이라는 ‘산’과 성실한 노동력을 가진 어르신이라는 ‘연못’이 마음을 합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부와 같이 물질을 나누는 것을 넘어, 서로의 다름이 만나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이루는 고도의 조화다.

결국 ‘끌림’의 사례는 현대 자본주의가 직면한 갈등과 소외의 문제를 어떻게 비즈니스적 창의성과 인문학적 성찰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기업의 전략적 마케팅 목표와 어르신들의 절실한 생계적 필요가 리어카라는 작고 소박한 상징물 위에서 만나 서로를 긍정하고 북돋우는 감응(感應)의 순간, 우리 사회는 비로소 만물이 생동하는 따뜻한 공동체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생의 원리를 현대 사회의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낡은 폐지를 실어 나르던 고단한 리어카가 이제는 기업의 가치와 어르신의 희망을 싣고 달리는 ‘공생의 수레’가 된 것처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순들도 이처럼 창조적인 감응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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