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혼돈의 미국을 진단한다 (건蹇)

2025년 현재의 미국은 단순히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내전을 방불케 하는 극한의 적대감 속에서, 국가 시스템의 근간인 '공생'의 질서가 총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라는 유기체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공생 시스템의 세 가지 핵심 요소, 즉 다양성, 환원, 리더십 모두에서 기능 부전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붕괴는 이미 자가-파괴적 악순환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미국 사회의 공생 시스템 진단
다양성: 원동력에서 내부의 독으로 변질되다
다양성은 복잡하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혁신과 적응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전략적 자산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다양성은 시스템을 파괴하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은 저비용 노동력과 인재 풀이라는 성장의 토대를 스스로 허무는 자기파괴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는 MAGA 지지층의 정체성을 결집하고 경기 침체의 책임을 '외부자'에게 전가하는 스케이프고팅(scapegoating) 전략에 불과하다. 사회 구성원의 일부를 위협으로 규정함으로써, 다양성은 협력이 아닌 적대적 정치 구도의 도구로 전락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념적 분열의 심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은 서로를 국가를 파괴할 존재로 두려워하며, 이러한 양극화는 정치적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적대정치를 낳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라는 '선'을 넘은 다양성이 공동체의 결속력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사회 연결망 자체가 정치적 정체성에 따라 파편화된 상태이다.
환원: 붕괴한 사회적 연대, 깊어지는 불신
환원은 성장의 혜택을 시스템 전체에 공유하여 지속 가능한 동력을 확보하고, 사회적 신뢰와 연대 의식을 강화하는 '자양분'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환원 시스템은 정상적 기능 작동이 어려운 심각한 기능 부전의 상태에 놓여 있다.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대공황 직전 수준으로 역사상 가장 심각하며, 상위 1%가 전체 부의 40%에서 45%를 차지하는 극심한 부의 집중을 보인다. 시민 절반은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었고, 이는 정부가 불공정하게 조작하고 있다는 깊은 불신과 환멸을 낳았다.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은 다시 정치적 악순환을 만든다. 부유층은 불균형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 인해 다시 경제적 불평등을 증폭시키는 규칙이 만들어지면서 엘리트의 정치적 힘이 증폭된다. 게다가 부유층은 공공 서비스 이용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면서 필수적인 공적 투자(인프라, 교육)에 대한 관심마저 부족해진다. 노후화된 인프라와 부실한 공교육 시스템은 시스템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사회적 연대감(solidarity)의 붕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리더십: 질서 수호자에서 정치적 마비 조장자로
공생 리더십은 공동체를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게 하고 공생의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리더십은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정치적 마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이민 단속을 통해 진보 도시의 갈등과 시위를 유도하고, 이를 치안 명분으로 군대 투입을 시도하는 등 분열을 즐겨 활용하는 통치 전략을 사용한다. 특히 JB 프리츠커 주지사와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과 같은 진보 도시 지도자들을 비난하고, 심지어 진보 지역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기 위해 '반란법'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행위는 협력과 포용 대신 위협과 강압을 사용함으로써 시스템의 공생 질서에 반하고 있다.
결국 정치적 타협이 불가능해지면서 연방 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되는 등, 정부의 의사결정 능력이 심각하게 마비되었다. 이는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지적한 '비토크라시(Vetocracy)' 상태로, 공생 시스템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기능하는 것을 완전히 방해한다. 여기에 정치 엘리트들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대중에게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는 행태는 신뢰 회복의 가능성마저 무너뜨리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사회의 공생은 지금 '수산건(水山蹇)' 상황이다
미국의 현재 공생 시스템 상황을 주역의 39번째 수산건(水山蹇) 괘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산건 괘는 하괘(下卦)가 艮(간, 산/멈춤)이고 상괘(上卦)가 坎(감, 물/위험/험난함)으로 구성되어 있어, 험난한 물이 움직일 수 없는 산 위에 놓여 있어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총체적인 장애와 어려움을 상징한다. 이는 곧 미국의 공생 시스템이 빠진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1. 이념적 정체에 빠진 다양성: 하괘 艮(산, 멈춤, 장애물)
하괘 艮은 괘의 기초이자 근본적인 동력(다양성)을 의미한다. 艮은 '멈춤'과 '장애물'을 상징한다. 현재 미국 사회의 다양성은 혁신의 원동력이 되기는커녕, 극심한 이념적 정체(Stopping) 상태에 이르러 시스템의 움직임을 완전히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물이 되었다. 정치적 분파주의는 상대 진영을 도덕적으로 사악하거나 심지어 범죄자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증오와 적대감은 협력적 문제 해결을 멈추게(艮) 하고 있다. 다양성이 시스템을 고착시키는 짐이 되어버린 상태이다.
2. 험난하고 기능이 마비된 환원 시스템: 상괘 坎(물, 험난함, 구덩이)
상괘 坎은 외부 환경 또는 시스템의 결과(환원)를 나타낸다. 坎은 '험난함', '위험', 그리고 '구덩이'를 상징한다. 성과의 공유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구축해야 할 환원 시스템은 지금 가장 험난하고 위험한(坎) 상태에 놓여 있다. 부의 극단적 집중으로 인한 '불평등의 구덩이'는 사회적 신뢰를 완전히 붕괴시켰고, 정치적 마비 상태인 '비토크라시(Vetocracy)'는 정부의 기능을 정지시키며 국가 전체를 회피 불가능한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3. 무모한 전진의 리더십: 동효 상육(上六)
리더십의 상황은 상괘 坎(위험)의 가장 꼭대기인 上六 효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이는 위험의 정점에서 상황을 직시하지 않고 파괴적으로 강압적인 행위를 밀어붙이는 현 리더의 행태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하고 진보 도시에 군대 투입을 시도하는 등의 행위는 바로 험난함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나아가려 하는 '往蹇'을 의미한다. 공생의 질서를 수호하는 대신, 시스템의 위험을 극대화하는 극한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수산건 괘에 현재 미국의 위기를 대입하면, 시스템의 기반인 '다양성'은 움직임을 멈춘 장애물(艮)이 되었고, 사회적 자양분인 '환원'은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구덩이(坎)에 빠졌으며, 위기의 정점에 있는 '리더십'은 파괴적이고 무모한 전진을 감행하는 형국이다
주역은 이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한다.
상육은 가면 험하고, 오면 크다. 길하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上六, 往蹇 來碩. 吉 利見大人.
- 수산건(水山蹇) 상육(上六) -
현 리더십이 위기를 악화시키는 무모한 전진을 멈추고(往蹇), 물러서서 협력(來碩)함으로써 상황을 극복할 현명한 리더(大人)를 만나야만 이 험난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이다. 이는 분열과 증오의 리더십 대신 통합과 지혜를 가진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미국 민주주의가 이 '수산건'의 늪에서 벗어나 공생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멈추고 사회적 연대를 재건하며, 시스템의 건강성을 수호할 통합의 리더십을 세우는 근본적인 성찰과 행동이 절실하다.
'뇌수해(雷水解)'의 희망을 찾아라
주역의 흐름은 험난함(蹇)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을 암시한다. 수산건(水山蹇)의 총체적 장애 뒤에는 바로 40번째 괘인 뇌수해(雷水解) 괘가 따른다. 해(解)는 '풀어짐', '해방', '분산'을 의미하며, 폭풍우가 지난 후 우레(震, 동요/움직임)가 험난한 물(坎, 위험) 위에서 그 위험을 흩어지게 하는 상(象)을 가진다.
이는 곧 미국 사회가 겪는 현재의 진퇴양난(蹇) 상태 역시 종국에는 해소될 운명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해'는 저절로 오지 않음이 분명하다. 뇌수해괘는 적극적인 움직임(震)을 통해 묶였던 매듭을 풀고, 응어리진 위험(坎)을 의도적으로 분산시켜야 함을 강조한다.
미국 사회에 적용하면, 이 '해방'의 단계는 단순히 정치적 타협을 넘어선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둘러싼 극한 대립,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깊은 불신, 그리고 이념적 정체로 묶인 사회적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공생 시스템의 세 가지 요소를 재건하는 '분산'의 노력이 필요하다.
1. (다양성) 이념적 정체(艮)를 해소하는 정치적 화해
- 뇌수해의 해법: 다양성은 수산건에서 하괘의 艮(멈춤)이라는 장애물에 갇혀 있었다. 뇌수해는 묶인 매듭을 풀고, 응어리진 에너지를 흩뜨려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상대방을 '악(惡)'으로 규정하던 적대정치에서 벗어나, 과거의 잘못과 증오를 해소하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손을 잡는 '정치적 화해'가 필수적이다. 다양성이 파편이 아닌, 다시 연결된 자산으로 기능하도록 이념적 정체를 풀어내야 한다.
2. (환원) 불평등의 구덩이(坎)를 메우는 정책적 해방
- 뇌수해의 해법: 환원은 수산건에서 상괘 坎(험난함/구덩이)에 위치하며 사회적 신뢰를 붕괴시켰다. 부의 극심한 집중(상위 1%의 40%에서 45% 점유)이라는 응어리를 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적 '해방' 조치가 요구된다. 환원 시스템을 재건하기 위한 공적 투자 확대, 그리고 경제적 기회의 불평등 해소 정책 없이는 시민들의 깊은 불신이 회복될 수 없다. 경제적 불공정이라는 坎(구덩이)을 메우는 것이 환원의 선행 조건이다.
3. (리더십) 무모한 강압(上六)을 벗어나는 우레와 같은 결단력
- 뇌수해의 해법: 리더십은 수산건에서 上六(무모한 전진)으로 시스템의 질서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뇌수해의 하괘 震(우레/동요/움직임)은 갇힌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상징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란법' 발동 위협과 같은 극한 강압 대신, 우레와 같은 결단력으로 분열된 증오의 물결을 흩뜨리는 '해방의 정치'를 선택해야 함을 경고한다. 이는 JB 프리츠커 주지사 등 진보 도시 지도자들에 대한 비난 대신 협력을 택하고, 통합의 리더십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수산건이 위기의 진단이었다면, 뇌수해는 위기를 극복할 행동 강령이다. 미국이 현재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험난한 고착 상태(蹇)를 인정하고, 우레와 같은 결단력(震)으로 분열된 증오와 불평등의 물결(坎)을 흩뜨리는 '해방'의 정치를 선택해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국가 시스템은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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