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象)은 현상(現象)으로 드러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와 물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고, 그로 인한 새로운 산업과 직업, 때로는 사회적 갈등과 범죄가 연쇄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이유로 더 이상 주역은 농경사회였던 과거와 달리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현상(現象)을 상(象)으로 오해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은 감히 말하건대, 틀렸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의 모든 사건, 모든 사물, 관계는 상(象)이 아니라 현상(現象)이다. 형과 색, 맛과 향 등 오감의 형태를 지닌 것은 현상이다. 설령 감각적 요소는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제도, 관계, 규칙 등은 모두 상이 아니라 현상이다. 세상은 현상으로 표현되고 있고, 현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상은 상이 드러난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상이 있기에 현상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여러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것처럼 상은 하나지만 현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본질은 현상이 아니라 상이다. 

​다시 복잡해보이는 현실로 돌아가보자. 분명 과거보다 현재는 더 복잡해지고 정교해졌지만, 그것은 현상이 그러한 것이다. 현상의 본질로 자리 앉아 있는 상은 하나도 더 늘거나 줄지 않았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는 그대로다. 상의 개수를 세는 것은 무의미하고 그 특징을 언어로써 묘사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왜냐하면 인식되고 기술된다는 것 역시 상을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에 대한 이해를 포기할 순 없다. 인간의 유한한 인식체계 위에서 그나마 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한 대표적인 논리체계가 바로 역(易)이다.

역(易)은 음과 양의 부호로 이루어진 효(爻)를 세 번 중첩시켜 8괘(卦, 소성괘)를 만들고, 8괘를 다시 두 번 중첩시켜 64괘(대성괘)를 만든다. 문왕과 주공이 괘사와 효사라는 말씀을 붙였지만, 그것은 통찰과 지혜를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언어적인 한계를 감수한 것이므로, 역의 가장 중심은 괘상(卦象)이라고 할 수 있다. 주역의 논리체계에 따라 상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바로 괘상이다. 여전히 제약은 존재하나, 인간이 개발한 논리 가운데 상 그 자체를 표현하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방법은 주역의 괘상이다.

따라서 괘상은 상이기에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괘상을 바라볼 때 떠오르는 다양한 현상을 차분하게 관조하되, 어느 하나에 집착하진 말아야 한다. 상은 현상으로 드러나므로 하나의 현상에서 괘를 얻었더라도 다른 현상에도 같은 상이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 하나의 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상을 오가는 사고의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현상의 본질이 되는 상을 제대로 직관할 수 있다. 

현상에서 본질이 되는 상을 직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 세상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세계다. 내 마음이 바라보는 상은 내 마음 작용의 결과로 존재하는 세상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상이 다양한 현상으로 드러나고, 그 다양한 현상이 나의 세상을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상을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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