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생각> 투자의 관점(View) 1/2

투자 철학의 첫 번째 구성 요소는 '관점'이다.
관점은 세상을 정의하는 자신만의 렌즈이자 프레임을 말한다. 같은 사회 현상을 가지고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무슨 일이든지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워렌 버펫(Warren Edward Buffett)이 주식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년 이자율이 변동되는 만기 없는 채권'이었다. 이것은 주식도 채권처럼 이자 수익률로 미래 가치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계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워렌 버펫은 투자에 앞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상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계산된 내재 가치보다 저렴해야(그것도 많이 저렴해야) 투자를 실행한다. "평생 보유할 주식만 저렴하게 매수해야한다'는 것이 워렌 버펫의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그런데 이는 "주식과 결혼하지 말라"는 오랜 주식투자의 격언과는 완전히 배치되는데 그만의 독특한 관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설립자이자 CEO로 유명한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서로 연결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의 핵심인 '친구'과 '좋아요'기능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기반한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페이스북 이전에는 페이스북이 없었다. 인간의 연결 욕구를 관점으로 파악하고, 사업으로 연결한 것은 마크 저커버그가 유일하다. 이처럼 관점은 전에는 없던 세상도 새롭게 창조해낼 수 있다.
나는 투자를 생각할 때 나무를 떠올린다. 올해의 봄은 작년의 봄이 그대로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실 나무들은 한층 무성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무의미해 보이는 사계절 속에서 나무는 무심히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올리면서 덩치를 키운다. 자연에서 사계절처럼 투자의 세계에서도 엄연히 사계절이 존재한다. 나무가 그렇게 자라듯, 우리의 투자자산도 투자의 사계절을 겪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나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무처럼 계절을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가을을 봄으로 착각하면 잎을 피웠다가 혹독한 추위를 겪을 것이다(얼어죽을 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봄을 가을로 착각하면 성장의 기회를 또한 놓칠 것이다. (내 호칭인 목안(木眼 )도 나무의 통찰력을 배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사용한다. 내 블로그의 주소가 TreeInsight.org인 것도 그 이유다.)
투자 행위를 이른 봄을 맞은 나무가 싹을 틔우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은 나의 관점이다. 이 때문에 나는 불황기를 끝내고 서서히 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시점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스타트업보다는 비교적 자리잡은 기업을 더 선호한다. 지금처럼 KOSPI가 역사적인 고점을 맞이하는 시점에서는 더 올라갈 것처럼 보이더라도 투자하지 않는다. 이번 여름이 예년보다 더 무덥고,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한들 결국 여름 한 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암호 화폐가 두 배, 세 배 뛰어오른다고 해도 투자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에너지로 싹을 틔우는 것인지 내 능력이 부족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점은 이처럼 세상을 새로 발견하게 해준다. 하지만 항상 독창적이어야만 가치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남의 관점을 가져와 자신의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면 기존의 관점 몇 가지를 조합해도 괜찮다. 사업의 세계에서는 수요가 한정된 시장을 먼저 장악해야하므로 관점이 독창적일수록 유리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투자자가 더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영향이 없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찾기가 훨씬 더 쉬울 정도로 투자의 세계는 충분히 넓다. 오히려 비슷한 관점을 가진 투자자들이라면 서로를 격려하며 의지할 수도 있다. 나랑 관점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반가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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