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소나무와 잣나무는 추워져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세한도'> 소나무와 잣나무는 추워져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김정희, 〈세한도〉, 조선 1844년, 두루마리, 종이에 먹, 23.9×108.2cm, 2020년 손창근 기증, 국보 180호​

조선 문인화의 최고 걸작인 세한도(歲寒圖, 국보 제180호)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세한도를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추사의 작품인 걸 아는 사람은 그보다 적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거친 붓으로 이리저리 휘휘 그어놓은 것 같은 세한도가 왜 걸작으로 손꼽히는지 그 까닭을 아는 사람이 적은 이유와 같다. 

세한도가 뛰어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추사가 그렸기 때문이다. 즉, 추사의 인생 스토리가 그림과 글 그리고 글을 뒷받침하는 고전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추사의 삶과 글과 그림에 대한 이해가 종합될 때 비로소 세한도가 보인다. 두루마리에 담긴 글과 그림을 2D가 아닌 3D 입체로 볼 수 있어야 그 진짜 맛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기사로 대신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설명도 참고할만하다.

경희대 전호근 교수님의 강의에서는 세한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갈필로 그려진 세한도는 추사가 유배되었던 제주의 실제 풍경을 보고 그린 것 같지 않다. 먼저 가장 오른쪽 나무는 잎이 5개인 것으로 보아 잣나무이다. 소나무의 잎은 2개 내지 3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잣나무가 없다. 또 그 왼쪽의 나무는 소나무인지 편백인지 불분명하다. 나무들 사이에 있는 집 역시 뚜렷한 형체가 묘사되지도 않았고, 좌우 대칭이 맞지 않으며, 특히 뒷부분은 처마가 무너진 것처럼 앞 모습과 맞지 않다. 이 모든 모습은 실제 풍경이 아니라 추사 자신의 현재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선시대 후기 최고의 금수저였던 추사는 안동 김씨가 득세하면서 하루 아침에 제주에 유배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 어려운 시절, 이미 끈 떨어진 추사를 끝까지 챙겼던 사람은 제자 이상적(1804~1865)이었다. 세한도는 이상적의 변치않는 의리에 감사하면서 그에게 보낸 답글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상황은 늘 변하게 마련이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융통성없는 고집이 아니다. 일관되게 지키려는 자신만의 철학과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공생의 철학, 공생의 리더십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전체를 한 몸으로 평화롭게 가꾸어가는 담백한 원칙이다. 나와 더불어 상대 그리고 전체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작동 가능하다. 이 원칙은 잘 나갈 때 뿐만 아니라, 날이 추워지고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준수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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