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판결문 전문 분석: 그날의 '사실'은 무엇인가 (1)

서울중앙지법은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의결을 도와 내란에 가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전직 총리가 법정 구속된 헌정사상 첫 사례입니다.

<법률신문, 2026. 1. 21. "법원, 내란 혐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징역 23년, 법정구속">

드디어 12. 3 계엄 자체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2026년 1월 22일 오후 2시 열린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사건 재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2025고합1219)

이 재판은 12. 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한 사법부의 첫 판단으로, 다음 달 있을 윤석열에 대한 내란죄 선고에서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는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습니다.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국군통수권을 가진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적은 없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의 쿠데타 역시 군부에 의한 것으로, 대통령이 주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22시 20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조치는 지금까지 군부 쿠데타와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국가 최고권력자가 민주주의를 마비시키고 독재를 하기 위해 소위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던 것입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멈추기 위한 내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극우세력들은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궤변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12. 3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규정한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근현대 역사에서 찾기 어려운 친위 쿠데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담고 있어서, 민주주의 교육 자료로 사용하기에 매우 훌륭하다고 하겠습니다.

지혜나무숲은 이번 판결문을 함께 읽으며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판결문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한덕수 전총리 내란 1심 판결문 (서울중앙지법 2025고합1219)
한덕수 전 총리 징역 23년 선고! 서울중앙지법은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헌정사 최초로 전총리가 법정 구속된 판결문 전문 내용을 지금 확인하세요.

그 날 있었던 '사실'은 무엇인가

수사나 재판에서 사실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내용으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수사 또는 재판 받고 있는 지 그 범위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피의자는 입건, 피고인은 기소되지 않은 내용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사실 관계를 어떻게 파악하였는지 판결문을 바탕으로 살펴봅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 다수당이 쟁점 법안들에 대한 단독 처리를 강행하고 형법상 간첩죄 개정에 반대하며 정권 퇴진 탄핵 집회를 지속하고 국무위원 등 다수의 고위공직자들을 탄핵하며 정부가 추진한 주요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고 중앙선관위 부정선거 관여 의혹과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작 등으로 국정운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를 내세워 비상계엄을 선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과 김용현은 비상계엄 선포 후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봉쇄하고 장악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한 의결을 저지하는 등 국회를 무력화시킨 다음 국가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고 중앙선관위를 장악한 후 부정선거와 여론조작 관련 증거 확보를 내세워 전산자료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과 선거여론조사기관인 ‘여론조사꽃’ 사무소를 장악하는 한편, 포고령에 근거하여 국회의원, 정치인 등 주요 인사와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고, MBC, JTBC,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김어준 운영 인터넷 신문 등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특정 언론사에 대한 봉쇄, 단전·단수 조치를 하려고 계획하였습니다. 윤석열과 김용현은 위와 같은 모의에 따라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국가 비상 입법 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 소관 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할 사항을 미리 준비한 후, 국무회의 심의 없이 2024년 12월 3일 22시경을 기하여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기로 결의하고,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 사항이 있거나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그에 따른 직무 수행이 필요한 피고인 법무부 장관 박성재,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통일부 장관 김영호, 외교부 장관 조태열, 국정원장 조태용 만을 사전에 대통령실로 불러 비상계엄 선포 계획과 조치 사항을 알리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과 김용현은 2024년 12월 3일 10시 30분경부터 20시 6분경까지 사이에 이들에게 연락하여 대통령실로 오도록 한 다음, 이들에게 국회가 탄핵을 계속하고 예산을 삭감하여 국정 운영이 어렵다,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난다,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며 피고인에게 대국민 담화문, 계엄사령부 포고령, 비상계엄 관련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이상민에게 국회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시간대별 봉쇄 계획과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가 담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조태열에게 재외 공간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려는 취지로 기재된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각각 건네주는 등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 사항을 지시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은 피고인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라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지지의 말을 듣고,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 형성을 위하여 필요한 의사 정족수 확보를 목적으로 대통령 비서실 제1부실장 선임행정관 강의구와 수행 비서 선임행정관 김종환으로 하여금 국무위원 중 일부에게만 연락하게 하였습니다. 윤석열은 국무회의 의사 정족수인 11명이 모인 직후인 2024년 12월 3일 22시 16분경부터 22시 18분경까지 사이에 대통령 집무실과 연결된 접견실에서 김용현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문을 그곳에 모인 피고인과 국무위원들에게 배부하고, 실질적인 심의 없이 일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한 후, 같은 날 22시 23분경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으로 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22시 27분경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는 2024년 12월 3일 23시 23분경 윤석열, 김용현의 순차 지시에 따라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 행위를 금하고 가짜 뉴스, 여론 조작, 허위 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령부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 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 세력 등 체제 전복 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계엄령 위반자에 대하여는 계엄법 9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 수색을 할 수 있고, 계엄법 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는 내용의 계엄령을 발령하였습니다.

윤석열은 2024년 12월 3일 22시 27분경부터 그 다음 날 4시 26분경까지 김용현, 박안수, 여인형, 곽종근, 이준우, 문상호, 경찰청장 치안총감 조지호, 서울특별시 경찰청장 치안정감 김봉식 등을 통해 성명 불상의 군인과 경찰 공무원에게 순차 지시하여 국군 방첩사령부, 육군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정보사령부 등에 소속한 무장 군인 1605명과 경찰청, 서울특별시 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소속된 경찰 공무원 약 3790명 등을 동원하여 국회, 중앙선관위 등을 점거, 출입 통제하거나 압수수색하였습니다.


<사건번호 2025고합1219 1심 선고 전문 2~3쪽>

판결문의 사실 관계를 보면, 윤석열과 김용현 (국방장관)은 처음부터 국회를 장악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 민주당과 언론, 선관위 등을 무력화하고, 국회의원 등을 체포할 계획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실제로 무장 군인 1605명, 경찰 3790명을 통해 실행되었습니다.

12. 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획된 절차 (NotebookLM으로 생성)
12. 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획된 절차 (NotebookLM으로 생성)

계엄 선포 이후,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는 6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포고령을 발령합니다.

12. 3 비상계엄 포고령 (사진출처 : 뉴스타파)
12. 3 비상계엄 포고령 (사진출처 : 뉴스타파)

그런데 이 포고령의 1호 명령부터 조금 이상합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를 금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계엄해제 의결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똑같습니다. 그냥 이대로 쭈욱 독재하겠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전에 있었던 계엄 포고령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10.26 사건 다음 날인 10월 27일 선포된 비상계엄 당시 발령된 '계엄 포고 제1호'의 내용입니다. (법원은 훗날 이 포고령이 헌법상 보장된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1979 10.26 사태 직후 (박정희 대통령 사망)

  • 1. 일체의 옥내외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시위 단체 활동 금지
  • 2. 언론, 출판, 보도는 사전에 검열을 받아야
  • 3. 야간 통행금지 시간 연장 (22:00 ~ 익일 04:00)
  • 4. 정당한 사유 없는 직장 이탈 태업 행위 금지
  • 5. 유언비어 날조 유포 행위 금지
  • 6.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

다음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서 신군부가 발령한 '계엄 포고 제10호'입니다. (이때 비상계엄 확대 조치 역시 1997년 대법원이 '내란'으로 판결했습니다)

1980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당시 (전두환 신군부)

  • 1. 모든 정치 활동의 중지
  • 2. 정치 목적의 옥내외 집회 시위 금지
  • 3. 언론, 출판, 보도, 방송의 사전 검열
  • 4. 대학(전문대학 포함) 휴교
  • 5. , 현직 공무원의 무단 이탈 금지
  • 6. 유언비어 날조 유포 금지
  • 7. 포고령 위반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 구금, 수색

어떻습니까? 12. 3 비상계엄의 포고령은 5.17 비상계엄의 포고령과 많이 닮았습니다. 특히 정치 활동을 중지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또 전공의의 복귀를 명령하는 것과 전, 현직 공무원의 무단 이탈을 금지하는 것도 구조와 어감이 비슷합니다.

이미 5. 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조치는 1997년 대법원이 내란이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윤석열과 김용현은 당시 포고령을 참고해서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입니다.

내란이라고 판결된 비상계엄을 그대로 베껴서 다시 비상계엄을 하면, 그건 내란이 안될까요. 어리석은 것일까요. 또 유튜브, SNS로 연결되어 있는 요즘 세상에 방송국이나 언론사를 장악한다고 그게 덮여질까요.

피고인들은 이러한 모순투성이를 근거로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선관위 등에 군과 경찰을 실제로 동원하여 점거, 출입통제, 압수수색을 했는데, 그걸로 이미 삼권분립, 대의민주주의, 선관위 독립과 같은 핵심 민주주의 가치는 훼손된 것입니다.

요약하면, 판결문은 아래의 사실을 모두 '사실 관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 사전 모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은 국회 봉쇄, 야당 장악, 선관위 압수수색, 특정 언론사 무력화를 사전에 계획함.

• 군·경 동원: 무장 군인 1,605명과 경찰 3,790명을 동원하여 국회와 중앙선관위를 실제로 점거 및 출입 통제함.

• 의도적 배제: 비상계엄에 우호적인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하여 형식적인 국무회의 심의 외관만 갖춤.

이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고'가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국가 전복 시도였다고 보는 것이, 판결문의 입장입니다.

이제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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