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라가 미 국채를 한꺼번에 투매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feat. 현실화 가능성 팩트체크)

최고의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 (사진출처 : FREEPIK)
최고의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 (사진출처 : FREEPIK)

도널드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위협이 거세지는 가운데, 덴마크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 약 1억 달러어치를 이달 말까지 전량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연기금 측은 미 정부의 재정 취약성과 장기적 지속 불가능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으며, 이번 결정이 정치적 갈등과 직접 연관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현재의 상황이 영향을 주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연합뉴스, 2026. 1. 21. "덴마크 연기금, 그린란드 위협 속 미 국채 전량 매각키로">

미국 국채의 위상과 분석의 필요성

미국 국채(US Treasuries)는 단순한 금융 자산을 넘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핵심축(cornerstone) 역할을 수행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사실상 국제 금융 시스템의 중심으로 기능합니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구성, 국제 무역 결제, 글로벌 금융기관의 담보 자산 등의 용도로 미국 국채를 매매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다방면에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미국 국채 시장의 안정성은 곧 세계 경제 전반의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이 심상치 않습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병합하기 위해 80년 전통 우방인 유럽을 상대로 선전포고 아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합의가 안되면 군사적 옵션도 고려한다니,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던 미국이 예전 미국이 아닙니다.

오늘 그와 관련하여 덴마크에서 흥미로운 발표를 했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1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전량 매각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미국 국채 시장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 상황에서, 미국 국채가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면 어떻게 될까요. 특히 미국에 악감정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몽땅 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처럼 미국이 관세로, 그린란드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마구잡이식 체포로 공공의 적처럼 전세계 밉상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향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 국채 대량 매각이라는 시나리오가 세계 및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그럴 일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가능성도 한번 보겠습니다.

주요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먼저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국가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자료는 2025년 7월 기준입니다.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data for July 2025, as reported by '모두의매뉴얼' on Sept. 22, 2025.)

순위국가2025년 7월 보유량 (10억 달러)비율
1일본1,151.420.61%
2영국899.316.10%
3중국730.713.08%
4케이맨 제도438.77.85%
5벨기에428.27.67%
6룩셈부르크405.07.25%
7프랑스392.07.02%
8캐나다381.46.83%
9아일랜드324.15.80%
10스위스303.05.42%
17대한민국132.52.37%
합계-5,586.3100.00%

표에서 보듯이 일본, 영국, 중국이 전통적인 주요 보유국입니다. (한국도 17위네요) 일본과 영국이야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므로,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국가라고 한다면 중국인데 그 비율은 (외국이 보유한 미 국채 총량 중에서) 13.08%에 달합니다.

사실 덴마크가 팔겠다는 1억 달러는 위 표의 데이터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되는 액수 입니다. 영토를 위협하는 미국에 대항한다는 외교적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다만, 트럼프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각을 세우는 국가는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의 우방 국가들 그리고 캐나다 등 북미의 전통 우방 국가들입니다. 이들 국가들과 중국이 연쇄적으로 미 국채를 시장에 대량 방출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시나리오 분석: 미국 국채 대량 매각의 파급 효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악감정을 갖고 있는 주요 보유국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단기간에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대규모 매각은 일단 시장에 엄청난 공급 충격을 야기할 겁니다. 수요가 일정한 상태에서 공급이 급증하면, 당연히 가격은 폭락하겠죠? 국채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미 국채 가격은 급락하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장기 금리)은 급등할 것입니다.

채권 가격과 채권 금리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이렇게 보면 쉽습니다.

이미 연 3% 이자를 주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시장 금리가 올라 새로 나오는 채권들이 5% 이자를 준다고 가정해 보세요. (채권금리 상승) 사람들은 내 채권보다 새 채권을 사고 싶어 하겠죠? 내 채권을 팔려면 가격을 깎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채권가격 하락)

그 반대도 같은 원리입니다.

이때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국 장기 금리의 급등은 그 파장을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전파시키게 됩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 장기 금리의 급등은 다음과 같은 연쇄 반응으로 세계 경제, 특히 신흥국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1. 미국 금리 급등: 미국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이를 기초로 하는 모든 미국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더욱 높아집니다. 당연히 전 세계 투자 자금은 이를 좇아 미국으로 들어오겠죠.
  2. 달러화 가치 초강세: 미국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자기 나라 돈을 달러로 바꿔서, 너도 나도 미국에 투자하려고 하니까요. 결국 달러 가치가 급등하게 됩니다.
  3.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출: 미국 투자 수익률이 이렇게 좋은데, 리스크가 큰 신흥국 투자는 안하겠죠. 투자자들은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여 안전자산인 달러로 이동시킵니다. 이때 한꺼번에 팔아치우려는 움직임 때문에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는 폭락(환율 급등)하게 됩니다.
  4. 신흥국 경제 불안 심화: 통화 가치 폭락은 신흥국의 수입 원자재 및 상품 가격을 급등시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예전 1달러가 1천원일 때는 2달러 물건은 2천원만 준비하면 되는데, 환율이 1달러에 2천원이 되면, 2달러 물건을 수입하기 위해 4천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것은 곧 극심한 인플레이션 유발로 이어지고, 신흥국의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데, 미국 경제라고 무사하진 않죠. 대량 매각은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역풍을 몰고 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해 미국 정부, 기업, 가계 모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입니다.

  • 정부 부채 부담 증가: 미 정부라고 해서 돈이 항상 많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면 국채를 발행해서 빌리기도 하는데, 이때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 비용이 급증하여 재정 압박이 심화됩니다.
  • 기업 투자 위축: 전체 채권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회사채 금리도 동반 상승합니다.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신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 가계 소비 감소: 통상 가계에서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등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리죠. 이자가 상승하면 가계의 부담이 늘어납니다. 이는 결국 소비 여력을 감소시켜 내수 경기를 냉각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충격은 결국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충격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습니다.

Eren 등의 연구에 따르면, 잔여 국채 공급량이 1% 변동 시 장기 수익률은 약 8~13bp(1bp=0.01%p)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중국의 보유량은 전체 시장성 국채(미국이 발행한 전체 국채 총량)의 약 3%에 해당하므로, 이를 전량 매각하는 극단적 시나리오는 논리적으로 최소 24bp(3% × 8bp)의 수익률 충격을 야기하며, 이는 해당 연구의 추정치인 26bp와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장기 금리의 갑작스러운 26bp 상승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한 차례와 맞먹는 규모로,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가하게 됩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발 금융 충격은 개방 경제인 우리 나라에는 금융 경로실물(무역) 경로라는 두 가지 경로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금융 경로: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은 국내 시장 금리의 동반 상승을 유발합니다. 이는 국내 가계와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내수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 실물(무역) 경로: 원화 약세가 통상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동시에 달러화 초강세는 한국의 수출 중심 제조업에 필수적인 수입 원자재 및 중간재 비용을 급등시킵니다. 또한, 신흥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이들 시장의 수입 수요가 둔화되면,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이 위축되어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됩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최근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중장기 투자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단순히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었다는 것만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그나마 우리 경제에 대한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되겠습니다.

전망 : 미 국채의 연쇄 매각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

최근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을 배경으로, 특정 국가가 미국 국채 매각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덴마크도 아주 소액이긴 하지만 1억 달러 상당의 미 국채를 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렇다고 이에 다른 유럽 국가나 중국이 동조하여 연쇄적인 매각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요국의 미국 국채 보유 목적에 있습니다. 미 국채를 보유하는 주요 국가들의 최우선 과제는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자국 통화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위기 관리를 위한 세계 최고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즉, 미 국채 전략 매각은 자국 경제 붕괴의 위험을 안고 감행하는 도박인 것입니다.

또한 미 국채 대략 매각은 단기적인 가격 폭락을 유발하고, 이는 매각 당사국이 아직 보유하고 있는 국채이 가치마저 스스로 폭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벼랑끝에서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를 스스로 톱질하는 모양이라고 할까요.

만약 어느 국가 하나가 충동적으로 감행했다고 하더라도,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냉철하게 자국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을 텐데, 미 국채 전량 매각은 합리적인 경제 주체라면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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