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 매달 100만원만 더 벌기'가 가장 강력한 은퇴 전략인 이유
대한민국 사회에서 '은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 금융권과 언론에서는 노후 자금으로 최소 5억 원에서 10억 원은 있어야 한다는 수치를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을 바쳐도 달성하기 힘든 이 거대한 숫자는 오히려 은퇴 준비에 대한 의욕을 꺾고 막연한 불안감만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관점을 바꿀 때다. 거대한 자산의 규모에 매몰되기보다, 은퇴 후 국민연금 등 기본 소득 외에 '월 100만 원을 더 벌겠다'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계획이 노후의 풍경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은퇴 후 매월 추가로 들어오는 100만 원이 갖는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2024년 3월, 30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박민호(가명·62세) 씨의 사례는 이를 증명한다. 박 씨는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약 220만 원의 소득을 확보했지만, 손주들의 용돈이나 부부의 문화생활비를 지출하기에는 늘 부족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그는 과거 전공을 살려 인근 도서관의 시설 관리직으로 주 3회 근무하며 월 100만 원의 추가 소득을 얻기 시작했다.

박 씨는 "단순히 100만 원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매달 고정 지출 후 남는 '여유 자금'이 두 배 이상 커진 기분"이라며, "이 돈으로 아내와 한 달에 한 번 국내 여행을 가고 손주에게 선물을 사줄 수 있게 되면서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한다. 자산 가치로 환산했을 때 월 100만 원의 현금 흐름은 연 수익률 4%를 가정할 경우 약 3억 원의 자본금을 보유한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를 지닌다.
더욱 중요한 지점은 100만 원이라는 액수가 주는 심리적 해방감과 동기부여다. 수억 원의 자산은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처럼 보이지만, 월 100만 원은 '나도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로 인식된다.
이러한 구체성은 막연한 걱정을 능동적인 준비로 바꾼다. 2023년 5월부터 은퇴 준비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최숙자(가명·58세) 씨는 원래 은퇴 후 삶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월 100만 원 프로젝트'를 접한 뒤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 기초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최 씨는 "도저히 모을 수 없을 것 같은 5억 원이라는 목표를 포기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월 100만 원을 목표로 삼으니 지금 당장 내가 공부해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실적인 목표는 자기계발과 재테크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
나아가 은퇴 후 100만 원을 벌기 위해 갖게 되는 '제2의 직업'은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삶을 더욱 다채롭고 건강하게 만든다. 평생 한 직장에서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분야에서의 소액 소득 활동은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고 자아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곧 '영원한 현역'으로서의 자긍심으로 연결된다. 60대 이후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정당한 수입을 얻는 행위는 노년기 우울증을 예방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매일 아침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으며, 내가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은 그 어떤 고액 연금보다 값진 심리적 자산이 된다.
결국 은퇴 후 100만 원 벌기는 경제적 부족분을 메우는 보완책을 넘어, 존엄한 노후를 완성하는 핵심 전략이다. 이는 노후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생산하며 확장하는 시간으로 재정의한다.
큰 산을 한 번에 옮길 수는 없지만, 매일 삽 한 삽의 흙을 옮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은퇴 후의 100만 원을 위해 어떤 씨앗을 심을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막연한 숫자의 공포에서 벗어나 100만 원이 주는 구체적인 희망을 붙잡을 때, 우리의 은퇴는 비로소 '퇴장'이 아닌 '새로운 무대의 시작'이 될 것이다.

#260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