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시스템의 다양성 '상태(state)' 8가지
리더의 감각, 조직의 ‘기상도(氣象圖)’를 읽는 법
어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유난히 뜨겁거나 혹은 서늘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혹은 쥐 죽은 듯 고요하거나,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한 소음에 정신이 아득해진 경험은 없는가? 우리는 흔히 이것을 ‘조직 문화’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것은 고정된 문화라기보다 그 순간 조직에 흐르고 있는 ‘에너지의 날씨’에 가깝다. 리더는 이 보이지 않는 기상도를 읽어내는 예보관이어야 한다. 「공생 시스템 주역 모델(SSIM)」은 주역의 8가지 하괘(下卦)를 통해 이 복잡미묘한 조직의 공기, 즉 조직이 갖고 있는 공생 시스템의 다양성 상태를 8가지 날씨로 구분한다. 이것은 단순한 카테고리 분류가 아니라, 지금 우리 조직의 심장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 그 맥박이 건전한지 아니면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시간 진단 키트와 같다.
공생 시스템의 다양성 '상태' 8가지
가장 먼저 설명할 수 있는 날씨는 고기압의 열기, 바로 ‘건(乾)’의 상태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구성원들의 눈빛이 살아있고 발걸음이 빠르다면, 그곳은 건의 기운이 지배하고 있다. 이것은 누구의 지시도 기다리지 않고 “내가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스스로 움직이는 주도자’들의 에너지가 가득한 상태다.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며 “우리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열망으로 끓어오르는 이 맑은 날씨는 조직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곤 한다. 하지만 이 열기가 과열되면 곧바로 폭염 경보가 울린다. 모두가 리더가 되려 하고 모두가 자신의 옳음만을 주장하는 순간, 열정은 독선이 되고 협력은 주도권 다툼이라는 소모전으로 변질된다. 궂은일을 할 팔로워는 없고 선장만 가득한 배는 결국 산으로 가거나 침몰하고 만다.
이 뜨거운 열기와 정반대로, 무겁고 습한 정적이 흐르는 날씨도 있다. 바로 ‘곤(坤)’의 상태다. 이곳은 마치 오래된 도서관이나 정교한 공장처럼 고요하다. 구성원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리더의 결정이 내려오면 그것을 완벽한 디테일로 실행해내는 안정적인 포용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고요함이 길어지면 조직은 무풍지대에 갇힌다. “시키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수동성이 공기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도 “그게 되겠어?”라는 무언의 압력 속에 질식해버리고, 위기의 순간에도 리더의 입만 쳐다보는 무기력함이 지배한다면, 그 조직은 이미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조직 전체가 천둥번개가 치듯 요란할 때가 있다. ‘진(震)’의 상태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처럼 기존의 관습을 깨부수고 “일단 저질러보자”는 혁신의 에너지가 솟구치는 곳이다. 침체된 조직을 깨우는 데 이보다 좋은 날씨는 없다. 그러나 번개가 너무 잦으면 사람은 지치기 마련이다. 대안 없는 문제 제기와 불만 토로가 난무하고, 시작은 창대했으나 수습은 되지 않는 ‘용두사미’ 프로젝트들이 사무실 바닥에 굴러다닌다면, 구성원들은 혁신 피로감에 젖어 냉소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반면, 겉으로는 아무런 충돌이 없어 보이지만, 안개 속처럼 도무지 실체를 알 수 없는 ‘손(巽)’의 상태도 존재한다. 이곳의 공기는 부드럽다. 부서 간의 벽이 낮고 정보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교환되는 소통의 순기능이 작동할 때다. 하지만 안개가 짙어지면 방향을 잃는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리더십은 우유부단함으로 변질되어, 회의는 끝없이 이어지지만 결론은 내려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지시보다 ‘카더라’ 통신과 사내 정치가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불투명한 공기가 흐를 때, 조직은 서서히 병들어갈 지 모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심해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감(坎)’의 상태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 사회가 겪었던 고통과 극복의 과정처럼, 감의 상태는 위기 앞에서 치열한 전문성과 내적 결속력으로 뭉쳐 난관을 돌파하는 비장미가 있다. 그러나 이 차가움이 고착화되면 조직은 ‘각자도생’의 빙하기를 맞는다. “타 부서가 뭘 알겠어?”라며 벽을 쌓고(Silo),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냉소적인 비관론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상태다.
이 차가운 어둠을 한번에 걷어내는 분위기도 있다, ‘리(離)’의 상태는 눈부신 태양처럼 화려하다. 탁월한 리더가 명확한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면서 구성원들 역시 기준으로 삼게 될 ‘북극성’을 또렷이 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과 거창한 담론은 넘쳐나지만, 정작 현장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상태에 빠지기 쉽다. 발은 땅에 닿지 않은 채 이상적인 구호만 외치며 서로의 이념을 검증하려 드는 논쟁은 조직을 공허하게 만들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산처럼 꽉 막힌 ‘간(艮)’의 상태도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것은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원칙과 품질을 지키는 묵직한 신뢰감이다. 그러나 이 멈춤이 부정적으로 흐르면 숨 막히는 ‘답답함’이 된다.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규정상 안 됩니다”, “원래 하던 대로 하세요”라는 관료주의가 혁신의 길목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변화하는 환경을 거부하고 과거의 영광이나 원칙 속에 멈춰 선 조직은 결국 기반이 깎여 무너져가는 운명을 맞게 될 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장터처럼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태(兌)’의 상태가 있다. 구글의 자유로운 카페테리아처럼 구성원들이 격식 없이 어울리며 기쁨을 나누는 이 상태는 창의성의 원천이다.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튀어나오는 엉뚱한 아이디어가 혁신을 만든다. 하지만 즐거움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조직은 그저 ‘친목 동호회’로 전락한다. 업무에 대한 치열한 고민 대신 가십과 잡담이 난무하고, 성과보다 친소 관계가 우선시되는 산만함은 조직의 규율을 무너뜨린다.
결국 SSIM이 리더에게 던지는 질문은 “당신 조직의 DNA가 무엇인가?”라는 정적인 물음(유형, type)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당신의 사무실에는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는가?”라는 동적인 질문(상태, state)이 자주 쓰이기도 한다. 건(乾)의 독선으로 뜨거워진 곳에는 곤(坤)의 차분한 실행력을 불어넣어야 하고, 간(艮)의 답답함으로 막힌 곳에는 진(震)의 균열을 일으키거나 손(巽)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8가지 다양성 상태를 상징하는 괘상은 좋고 나쁨이 없다. 다만 그것이 ‘빛’으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는지를 판단하고, 때에 맞춰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공생 시스템을 이끄는 리더가 가져야 할 진정한 통찰이자 기술일 것이다.
The Leader’s Sense: Reading the ‘Weather Map’ of an Organization via SSIM
This column introduces the Symbiotic System Iching Model (SSIM) as a dynamic diagnostic tool for modern leadership. Rather than viewing organizational culture as static DNA, the text encourages leaders to perceive it as shifting "weather" or atmospheric energy that requires constant monitoring.
Using the Eight Trigrams of the I Ching as a framework, the column classifies organizational states into specific meteorological metaphors, each having a positive "light" and a negative "shadow." For instance, Qian (Heaven) represents high-pressure heat that drives initiative but risks conflict, while Kun (Earth) symbolizes a stable but potentially passive stillness. Zhen (Thunder) brings the shock of innovation, whereas Gen (Mountain) offers principled stability that can degenerate into obstructive bureaucracy.
Ultimately, effective leadership is defined as the ability to forecast these atmospheric conditions accurately. By identifying whether the organization is currently in a state of productive flow or stagnant blockage, leaders can inject the necessary counter-energies to balance the symbiotic system, ensuring sustainable growth and vit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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