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한반도, 남북한 공생의 길을 묻다 (천지비, 지천태)

진정한 승리는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번영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승리는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번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튀르키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일은 헌법상 책무이자 최종 목표이지만 '일방적 방식'은 추구하지 않고 평화 공존과 상호 발전을 통한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최우선 과제이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며 자체 핵 개발은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연합뉴스, 2025. 11. 23. "李대통령 ... 통일, 최종 목표이자 헌법상 책무. 일방 추진 않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튀르키예 국빈 방문을 앞두고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는 현재 한반도가 처한 역설적인 상황과 그 해법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통일은 헌법상 책무이자 최종 목표"라고 천명하면서도, 동시에 "일방적인 방식의 통일을 지향하지 않으며, 북한과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연일 핵무력을 과시하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고, 심지어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의 지도자가 힘에 의한 제압이 아닌 '대화'와 '공존', 그리고 '단계적 통일'을 역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정치적 수사나 유화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생 시스템 주역 모델(SSIM)'의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이는 파국을 막고 막혀있는 한반도의 기운을 뚫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자 리더십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꽉 막힌 상태(天地否)에서 찾는 소통의 시도 (地天泰)

SSIM의 관점에서 현재의 남북 관계는 전형적인 '천지비(天地否)'의 위기 상황이다. 주역의 12번째 괘인 천지비는 하늘(乾)의 기운은 위로만 치솟고, 땅(坤)의 기운은 아래로만 가라앉아 서로 만나지 못하고 등이 돌려진 '꽉 막힌(否)'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북한은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강경 일변도의 '강함(乾)'으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만약 이에 맞서 남한 역시 강대강의 대치 국면으로만 일관한다면 한반도는 소통이 단절된 채 각자의 길로 멀어지는 비색(否塞)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중수감(重水坎)'의 상황까지 겹쳐있다. 자칫 잘못 움직이면 공멸이라는 깊은 수렁으로 한반도 전체를 몰아넣을 수 있는 위태로운 형국이다.

천지비(天地否) - 하늘은 위로, 땅은 아래로 ...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
천지비(天地否) - 하늘은 위로, 땅은 아래로 ...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점진적·단계적 통일'과 '비핵화 및 평화 공존'의 메시지는 꽉 막힌 '천지비'의 흐름을 상서로운 '지천태(地天泰)'의 흐름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지천태 괘는 하늘(乾)이 아래에 있고 땅(坤)이 위에 위치한 형상이다. 강건한 하늘의 기운이 아래에서 받쳐주고, 수용적인 땅의 기운이 위에서 포용하니, 위아래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만물이 번성하는 태평성대의 상징이다. SSIM을 바탕으로 설명하자면, 이는 남한이 가진 우월한 경제력과 민주적 역량, 그리고 국방력이라는 '다양성의 잠재력(하괘 乾)'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북한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북한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제 사회로 이끌어내는 '포용적 환원(상괘 坤)'의 토양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즉, 힘이 있는 자(남한)가 오히려 아래로 내려가 상대를 받쳐주는 겸손과 인내를 발휘할 때 비로소 닫힌 문이 열리고 생명력이 도는 공생의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원리다.

지천태(地天泰) - 다양성의 잠재력(하괘)을 바탕으로 포용적 환원(상괘)을 실천하라
지천태(地天泰) - 다양성의 잠재력(하괘)을 바탕으로 포용적 환원(상괘)을 실천하라

이러한 접근법은 역사적으로도 그 유효성이 증명된 바 있다. 과거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추진한 '동방정책(Ostpolitik)'이 바로 지천태의 지혜를 실천한 구체적 사례다. 당시 핵무장한 소련과 동독의 위협 속에서도 브란트는 "접근을 통한 변화"를 내세우며, 분단의 현실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대화와 교류를 시도했다. 겉보기에 이는 적에게 굴복하는 유약한 태도처럼 비칠 수 있었으나, 실상은 서독의 강력한 체제 경쟁력(하괘 乾)을 바탕으로 동독을 평화의 장(상괘 坤)으로 끌어들인 고도의 전략이었다. 브란트의 이러한 노력은 당장의 통일이라는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긴 시간 동안 동독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호의존성을 높여 결국 '평화 통일의 비전'을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자체 핵무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NPT 체제를 준수하며 확장 억제를 강화하겠다"고 답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당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맞불을 놓는 '중수감(坎)의 대응' 대신,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며 장기적인 신뢰라는 '지천태(泰)의 토양'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부드러움과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육오)

그렇다면 이처럼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지천태의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SSIM은 지천태 괘의 다섯 번째 효인 '육오(六五)'의 리더십을 그 해답으로 제시한다. 주역에서 5효는 군주, 즉 대통령과 같은 최고 리더의 자리다. 보통 강력한 리더십을 상징하는 양(陽)효가 이 자리에 오는 것을 기대하기 쉽지만, 지천태 괘의 5효는 부드러운 음(陰)효인 육오다. 이는 '유중(柔中)의 리더십', 즉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강함을 내세우기보다 부드러움과 포용으로 중심을 잡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지천태(地天泰) 육오
지천태(地天泰) 육오

제을이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니, 복이 되며 크게 길하다.

帝乙歸妹 以祉 元吉. (地天泰 六五)

육오의 리더는 자신의 강함(남한의 국력)을 과시하여 상대를 제압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마치 어머니가 철없는 자식을 품듯이, 적대적인 상대방(북한)의 도발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한다. 이 대통령이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미 당선인에게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하고 자신은 '평화의 촉진자'가 되겠다고 자임한 것이 바로 이 육오의 자세다. 이는 유약함이 아니다. 하괘에 있는 강건한 실무진과 국민들의 역량(구이와의 정응)을 믿고, 그 힘이 잘못된 충돌로 소진되지 않도록 위에서 부드럽게 조율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외유내강'의 지혜다.

북한이 핵이라는 위험한 불장난을 멈추지 않는 지금, 우리는 감정적인 대응이나 성급한 결론보다는 냉철한 이성과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지금 당장 눈앞의 북한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우리가 지천태의 육오 리더십을 잃지 않고 꾸준히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발신하며 국제 사회와 연대할 때, 굳게 닫힌 천지비의 장벽에도 틈이 생길 것이다. 진정한 승리는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나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함께 번영하는 공생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한반도의 막힌 혈을 뚫고 평화의 새 길을 여는 주효(主爻)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헌법이 명령한 평화 통일의 책무를 완수하고, 한반도라는 거대한 숲이 다시금 생명력으로 우거지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The Soft Power Strategy: Applying I Ching Wisdom to the Korean Peninsula

South Korean President Lee Jae-myung's recent remarks, emphasizing dialogue, peaceful coexistence, and gradual unification despite North Korea's nuclear threats and hostile "two-state" policy, are analyzed not as mere political rhetoric but as a high-level strategic choice.This column uses the Symbiotic System I Ching Model (SSIM), contrasting the current stalled state (Cheon-Ji-Bi, 天地否) with the desired state of harmony (Ji-Cheon-Tai, 地天泰). The strategy demands that the strong South (the potential, Heaven below) use its power for stability and embrace (the container, Earth above), echoing Willy Brandt’s Ostpolitik.To navigate this crisis, the necessary leadership is identified as the "Soft Center" of the Ji-Cheon-Tai hexagram (Line 5). This leadership prioritizes patience and engagement over force, ensuring South Korea's strength is used to build a sustainable, symbiotic structure for peace, rather than risking a dangerous confrontation.


#25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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