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술력 추월 우려와 한국의 선택 (중수감)
한국의 10대 수출 주력 업종 절반이 이미 기업 경쟁력 면에서 중국에 추월당했으며, 5년 뒤인 2030년에는 반도체, 조선 등 전 업종이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2025. 11. 17. 경향신문, "한국 10대 주력 업종, 5년 뒤 중국에 모두 따라잡힌다">
한국, '중수감(重水坎)'의 심연에 갇히다
최근 한국 경제를 관통하는 가장 위협적인 경고는 '기술 주권'의 상실 우려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충격적인 전망처럼, 한국의 10대 수출 주력 업종 다수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거나, 5년 뒤인 2030년에는 반도체와 조선 등 모든 분야에서 압도당할 것이라는 예측은 단순한 공포가 아닌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시대는 끝나고, 이제는 앞서가던 길목에서 뒤따라온 거인에게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SSIM(Symbiotic System Iching Model, 공생 시스템 주역 모델)으로 진단했을 때 도출되는 괘(卦)는 바로 중수감(重水坎)이다. 이는 위와 아래 모두 '물(☵, 감)'로 이루어진 괘로, '위험이 거듭되는' 상태, 즉 사방이 험난한 물길과 심연으로 둘러싸여 한 발짝 내딛기도 어려운 절박한 위기를 상징한다.

SSIM의 관점에서 이 중수감 괘의 구조는 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첫째, 시스템의 근간인 '다양성과 전문성'의 하괘(下卦)는 감(坎)의 상황이다.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깊이 있는 전문성'을 무기로 삼고 있다. 이는 감(坎)이 가진 긍정적 속성이다. 하지만, 이들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이라는 생존의 위험 앞에서 절박하게 싸우고 있으며, 대기업 중심의 수직 구조와 경직된 R&D 환경, 불안정한 국내 정치로 정부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고립된 전문가 집단'의 모습을 보인다. 마치 깊은 물속에 갇힌 채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둘째, 상괘(上卦) 역시 감(坎)으로, '외부 환경과 환원의 열매'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음을 뜻한다. 기업들의 땀과 기술 투자가 온전히 '번영(繁榮)'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더 큰 위험'이라는 물길로 되돌아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안보 동맹'과 '경제 이익'을 엮어 한국 기업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현실이 바로 이 상괘의 위험이다. 대표적인 예로, 2023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핵심 광물 공급망 리스크와 미국의 까다로운 규제라는 두 개의 험난한 물길을 동시에 건너야 했다. 이는 내부의 고립무원(하괘 坎)이 외부의 이중 위험(상괘 坎)과 맞물려 '위기 위에 위기'가 겹쳐진 '중수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돌파구의 열쇠는 육사(六四)의 조력자 리더십
이처럼 사방이 물에 갇힌 '중수감'의 상황을 타개하고 공생 시스템을 붕괴시키지 않으려면, 외부와 내부를 잇는 실질적인 '변화의 동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역할을 육사(六四)의 리더십, 즉 '위험의 경계선에서 변화를 촉진하는 조력자 리더십'에서 찾아야 한다.
육사는 동이 술과 대그릇 둘을 질그릇에 담아 간략하게 들창으로 드리면, 마침내 허물이 없을 것이다.
六四, 樽酒 簋貳 用缶 納約自牖 終无咎. (周易 重水坎)
육사효는 상괘(외부 위험)의 시작점이자 하괘(내부 전문성)와 상괘를 연결하는 최전방의 '중간 관리자'이다. 동이술과 대그릇은 소박한 음식과 물건이다. 이를 질그릇에 담아 남모르게 (군주에게) 드린다는 것은 어려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최고 리더와 진솔하고 담백하게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즉, 시스템의 머리인 오효(九五, 국가 최고 리더십)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오효의 비전이 현장에 실현되도록 '제도적 물꼬'를 트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리더십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5효의 리더십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중수감의 상황에서 거대한 위험에 직면해 고립되거나 탁상공론에 빠지기 쉬운 5효(최고 리더십)를 강력하게 돕는다. 육사는 5효가 '추상적인 정치적 선언'이나 '당위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조력자이다.
둘째는 현장(下卦)의 실행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주력 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 시스템과 한국의 '개별 기업 분투' 시스템 간의 비대칭성이 결정적이었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전폭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시장을 왜곡하며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짓누르고 있다.
육사 리더십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의 실무 라인(육사)은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현장 기업들의 투자 속도를 늦추는 불필요한 행정 규제나 낡은 법률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세액 공제나 R&D 지원 규모를 중국이나 미국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여 오효 리더십이 즉시 집행하도록 조력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K-칩스법'이나 '국가전략기술 육성법'의 입법과 집행 과정에서, 산업계의 현실적 고충과 글로벌 경쟁 환경을 가장 민감하게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이 바로 육사에게 주어진 임무다.
구오가 최고 리더로서 비전을 제시한다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육사의 리더십이야말로 하괘의 깊은 전문성(坎)이 상괘의 외부 위험(坎)을 뚫고 나가도록 '실질적인 다리'를 놓아주는 핵심적인 조력자이자 변화의 주효가 될 것이다.
목표는 '화천대유(火天大有)'의 풍요로운 미래
육사 리더십의 조력으로 '중수감'의 위험을 성공적으로 건넌 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공생 시스템의 목표 괘는 바로 화천대유(火天大有)이다. 이는 '하늘 위에 불이 떠 있어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형상으로, 만물이 크게 소유되고 풍요를 누리는 이상적인 번영의 상태를 뜻한다.

화천대유의 괘상 구조는 한국 경제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첫째, 하괘(下卦)는 건(乾, 하늘)으로 변화해야 한다. 중수감에서 위축되었던 전문가 집단(坎)이, 앞으로는 '스스로 움직이는 강력한 주도 세력(乾)'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간섭 없이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자율적인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젊은 인재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역동적인 생태계가 구축됨을 의미한다. 현재의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잡고 파운드리와 AI 반도체 분야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창조하는 건(乾)'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둘째, 상괘(上卦)는 리(離, 불)로 자리 잡아야 한다. 외부 위험(坎)이 소멸되고, 그 자리에 '명확한 비전과 브랜드 가치'가 들어서야 한다. 이는 한국의 기술과 산업이 단순한 생산 거점을 넘어, 전 세계에 'K-테크'라는 고유의 강력한 브랜드와 표준을 제시하여 그 가치가 인정받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의 제품과 기술이 곧 '신뢰와 혁신의 대명사'가 되어, 보호무역주의나 정치적 리스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명징한 빛(離)을 발산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육사의 실무적 리더십이 현장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제도의 물길을 터주어(중수감 극복), 한국의 산업 구조가 건(乾)의 주도적인 실행력과 리(離)의 빛나는 비전을 겸비한 화천대유의 시스템으로 전환될 때, 우리는 비로소 중국의 추월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 '크게 소유하고 번영하는'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수감'의 험난한 물속에서 '화천대유'의 밝은 미래를 향한 나침반을 육사의 조력자 리더십이 굳건히 쥐고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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