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시스템의 '리더십' 유형 6가지
「공생 시스템 주역 모델(SSIM)」은 공동체의 공생 구조와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는 통찰의 거울이며, 그 중심에는 공동체를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는 공생 리더십의 핵심, 주효(主爻)가 자리하고 있다. 주효는 괘에서 주인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로서 공생 시스템의 근본 잠재력인 다양성을 의미하는 '하괘'와 실질적인 성과로서 환원을 의미하는 '상괘'의 상황에서 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주된 임무나 역할을 의미한다.
주역의 여섯 효(爻) 어느 것도 괘에 따라 주효가 될 수 있으며, 진정한 공생 리더는 자신이 어느 자리에 있든, 혹은 시스템의 활력을 이끌어내는 주효가 어느 자리에 있든, 그 역할의 빛과 그림자를 통찰하여 공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하괘(下卦)의 1,2,3효: 내부의 잠재력을 깨우는 현장의 리더십
공동체의 에너지가 태동하는 가장 낮은 곳, 하괘는 내부적인 다양성과 역동성을 상징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세 가지 효의 리더십은 시스템의 기초를 다지고 실행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초효: 태동하는 씨앗의 리더십
모든 거대한 변화는 가장 낮은 곳,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초효는 공동체 변화의 가장 밑바탕이자 최초의 움직임으로, 아직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과 시발점의 자세를 상징한다. 이 위치의 리더십은 외견상의 권위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직 때가 아님'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내부 동력을 축적하는 겸손과 자성의 리더십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는 거대한 시스템의 침체 속에서 변화의 실마리를 찾는 작은 혁신 아이디어의 불씨와 같다. 위에 있는 지뢰복(地雷復) 괘의 초구(初九)처럼, 깊은 어둠 속에서 마침내 돌아와 변화를 시작하는 하나의 양(陽)효의 움직임은 억압된 체제 속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상징하며, 이들은 비록 홀로 시작하지만 그 방향성이 옳으면 결국 모든 것을 이끈다. (地雷復 初九, 不遠復 无祗悔 元吉.) 미국의 민권 운동 초기에 로자 파크스(Rosa Parks)의 버스 탑승 거부와 같이, 당장은 미미해 보이는 한 개인의 용기 있는 행동이 거대한 사회 변화의 주효가 되는 순간이 바로 초효 리더십의 발현이다.

그러나 초효는 미숙함의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이는 준비 없이 성급하게 나서서 실패하거나, 아래에서 불만을 터뜨리며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는 미성숙한 움직임으로도 나타난다. 천수송(天水訟) 괘의 초육처럼 자신의 역량을 과신하고 작은 다툼(訟)을 혼자서 끝까지 감당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분쟁을 키우고 시스템의 불필요한 초기 에너지 소모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天水訟 初六, 不永所事 小有言 終吉.) 이처럼 초효의 리더십은 '일단 멈추어 그 방향성을 점검하는' 신중함이 가장 중요하다.
이효: 현장 중심의 실무형 리더십
기반이 다져지면, 이제 실질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든다. 이효는 하괘(내부 잠재력)의 핵심적 위치로, 현장의 실질적인 실행력과 중도(中道)의 덕을 바탕으로 조직의 근간을 책임지는 실무 리더의 자리이다. 이효는 5효(군주)와 정응(正應)하는 자리로, 시스템의 비전을 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들은 화려한 명분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능하며, 5효의 명령과 초효/삼효의 현장 상황을 조율하는 데 탁월하다. 이는 고도화된 기술 기업에서 최고 경영진의 전략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수석 엔지니어 팀이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현장의 복잡성을 관리하는 유능한 PM(프로젝트 매니저)과 같다. 주역 수천수(水天需) 괘의 이효처럼, 험난한 상황(坎)이 앞에 있으나, 그 아래의 강건함(乾)을 바탕으로 '진흙 속에서 기다리는' 현실적인 인내심과 실행력을 발휘하여 결국 좋은 결과를 얻는다. (水天需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이들의 중정(中正)의 덕은 조직의 허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효의 실행력은 때로 독이 되기도 한다. 부정적으로 발현될 때, 이들은 실무에 매몰되어 5효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자기 영역만을 고집하는 '사일로(Silo) 현상'의 리더가 된다. 풍지관(風地觀) 괘의 이효처럼, 현장에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리더(5효)를 보지 못하고 좁은 시야에 갇혀버린 상황(風地觀 六二, 闚觀 利女貞. 象曰 闚觀女貞 亦可醜也.)에 처하며, 현장 논리만을 앞세워 전체 시스템의 방향성을 무시하는 경직성으로 공생의 흐름을 막는다.
삼효: 전환점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리더십
내부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시스템은 외부로 나아갈지 내부에서 안주할지 결정해야 하는 위험한 경계에 도달한다. 삼효는 하괘(내부)를 마치고 상괘(외부)로 진입하는 경계선에 위치하며,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위기의 자리'에서 변화를 감행하는 모험적 리더십을 상징한다. 이 자리는 내외의 압력이 교차하는 곳이므로, 리더는 홀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긍정적인 삼효 리더십은,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를 넘어 스케일업(Scale-up)을 시도하며 생존의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과감한 결단과 같다. 1980년대 중반, 앤디 그로브가 이끌던 인텔이 주력 사업이던 메모리 칩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은, 성장을 위해 기존의 안락함과 정체성을 버리는 혁신적인 결단력을 보여준 삼효의 사례다. 주역 천산(天山遯) 괘의 삼효처럼, 피해야 할 때(遯)가 왔음을 인식하고, 미련 없이 관계를 끊고 은둔을 결심하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天山遯 九三, 係遯 有疾 厲 畜臣妾 吉.)

그러나 이 경계의 자리는 곧 내부 갈등의 위험을 증폭시킨다. 부정적인 삼효의 리더는 위기의 순간에 내부의 권력 다툼이나 사적인 이익에 매몰되어 공적인 목표를 망각한다. 택산함(澤山咸) 괘의 삼효를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리더가 위기의 경계에서 움직이면서 말로만 감응하는 태도, 진정한 내면의 교감 없이 타인의 반응이나 상황에 끌려다니는 태도, 외적으로만 화려한 행동을 보여주는 가벼운 태도를 취한다면, 결국 불안감만 증폭시켜 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澤山咸 九三, 咸其股 執其隨 往 吝.)
상괘(上卦)의 4,5,6효: 공생의 선순환을 이끄는 비전의 리더십
삼효의 전환을 거치면, 시스템은 외부에 드러나는 결과와 책임의 영역인 상괘로 진입한다. 이곳에서는 시스템 전체의 방향성, 통찰력, 그리고 궁극적인 영향력이 논의된다.
사효: 핵심 보좌관의 신중한 리더십
상괘의 시작인 사효는 바로 최고 권력인 5효에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자리다. 사효는 상괘(외부 환원)의 시작점이며 5효(군주)에게 가장 가까운 보좌진의 위치로, 최고 리더의 의중을 파악하여 외부 환경에 대처하는 신중하고 근면한 리더십을 상징한다. 이 자리는 5효를 보좌하는 동시에 외부 환경의 압력을 가장 먼저 받는 위치이기에, '불안과 근심의 자리'로 불릴 수 있다.

긍정적으로 사효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은 CEO의 비서실장이나 참모총장처럼, 리더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밤낮없이 외부와 소통하며 헌신하는 실질적인 공신(功臣)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읽고 의회와 대외 관계를 신중하게 조율했던 역할이 대표적이다. 주역 지화명이(地火明夷) 괘의 사효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잃은 상황(明夷)에 처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잃지 않고 조용히 내부 역량을 다지며 때를 기다리는 헌신적인 관리자의 모습은 이들이 시스템의 안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준다. (地火明夷 六四, 入于左腹 獲明夷之心 于出門庭.)

그러나 이 권력 근처의 자리는 부패의 유혹 또한 강하다. 부정적인 사효의 리더는 5효의 권력을 등에 업고 월권행위를 하거나, 지나친 불안감으로 인해 사소한 일에 전전긍긍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보인다. 주역 화택규(火澤睽) 괘의 사효처럼, 최고 리더(5효)의 곁에서 보좌하는 참모는 개인적인 계산이나 사심 없이 진실된 마음으로 임무에 임해야 한다. (火澤睽 九四, 睽孤 遇元夫 交孚 厲 无咎.) 그렇지 않고 만약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사사로이 공동체 구성원 간의 분열(睽)을 야기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공생 시스템 전체의 환원에서 혼란과 불신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오효: 시스템의 비전과 통찰을 제시하는 최고 리더십
주역 64괘의 리더십 정점이다. 오효는 상괘(외부 환원)의 중심이며 여섯 효 중 가장 이상적인 지위인 '군주(CEO)'의 자리로, 비전을 제시하고 시스템의 최종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통찰의 리더십을 상징한다. 오효는 중정(中正)의 덕을 갖추었을 때 가장 빛난다.

긍정적인 오효 리더십은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조직의 나아갈 바를 명확히 제시하는 카리스마 있는 최고 경영자 또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정하고 도덕적인 지도자다.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이 남북 전쟁이라는 국가 존립의 위기 앞에서 연방의 보존과 노예 해방이라는 거대한 비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던 것은 주역 중천건(重天乾) 괘의 오효, '날아다니는 용(飛龍)'처럼 때와 위치가 완벽히 맞아떨어져 최고 권위와 역량을 발휘한 리더십의 전형이다. (重天乾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오효가 바로 서면 시스템은 최고의 환원(상괘)을 이룬다.

하지만 오효의 자리는 곧 오만의 자리이기도 하다. 부정적인 오효 리더는 자신의 통찰을 독선으로 착각하여 아래 효들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에 빠져 화려한 비전만 내세우는 무능한 지배자가 된다. 주역 택화혁(澤火革) 괘의 오효 상황처럼 개혁(革)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주저하지 말고 단호하게 개혁을 실행해야 한다. (澤火革 九五, 大人 虎變 未占 有孚. 象曰 大人虎變 其文 炳也.) 만약 자신이 개혁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망설이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최고 책임자라면 시스템을 치명적인 정체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상효: 초월적 지혜와 최종 종결의 리더십
여섯 효의 여정은 오효에서 정점을 찍고 상효에서 마무리된다. 상효는 괘의 끝이자 최고 지위 너머의 자리로, 모든 역할을 마치고 초월적인 지혜로 조언하거나, 혹은 지나친 행동으로 파멸에 이르는 '과함(過)'의 리더십을 상징한다.

상효의 긍정적인 역할은 현직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조직의 정신적 지주로 기능하는 원로나, 전체 상황을 관조하며 중대한 위기 시에만 간결하고 명료한 지혜를 제시하는 현명한 멘토에 해당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전 세계 인권 문제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넬슨 만델라의 모습은, 공을 이루었으되 겸손함으로 그 공을 온전히 공동체에 돌려주는 주역 화천대유(火天大有) 괘의 상효 리더십과 같다. (火天大有 上九, 自天祐之 吉 无不利.) 그들은 시스템의 영속성에 기여하며 조용히 사라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자리는 '최고'를 넘어선 극단의 위치이기에 가장 위험하다. 부정적인 상효의 리더는 이미 역할이 끝났음에도 권력을 놓지 못하고 시스템에 간섭하여 혼란을 야기하는 '퇴물이 된 용'이 된다. 주역 중천건(重天乾) 괘의 상효, 즉 '항룡유회(亢龍有悔)'는 힘과 위치를 극단까지 사용하여 결국 후회하고 시스템의 파멸을 자초하는 '과함(過)'의 리더십을 경고한다. (重天乾 上九, 亢龍 有悔.) 공생 시스템에서 상효 리더십의 본질은 '물러날 때를 아는 지혜'에 있다.
결론: 리더십의 동적 조율, 주효(主爻)를 찾아서
「공생 시스템 주역 모델(SSIM)」이 제시하는 여섯 효의 리더십은 단순한 계층 구조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가 처한 여섯 가지 국면과 그 속에서 구성원들이 취해야 할 여섯 가지 역할을 종합적으로 상징한다. 이때 모든 효는 그 자체로 선악이 정해진 것이 아니며, '때(時)'와 '자리(位)'에 얼마나 조화롭게 맞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시스템이 내부적으로 강력한 창조성을 필요로 할 때는 이효의 실행력이, 외부 위기에 처했을 때는 삼효의 단호한 결단력이 주효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SSIM의 리더십은 한 사람이 영원히 5효의 위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공동체가 처한 상황(괘)과 필요한 변화의 동력(주효)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있다. 리더는 자신이 5효의 자리에 있더라도, 때로는 초효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를 주효로 삼아 변화를 시작하게 해야 하며, 때로는 상효의 지혜를 빌려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여섯 효의 역동성을 이해하고 시스템의 하괘(다양성)와 상괘(환원)의 상태에 따라 주효가 될 적절한 위치를 찾아 그 역할을 수행하게끔 조율하는 통찰력이야말로 공동체가 '천지비(天地否)'의 막힘을 넘어 '지천태(地天泰)'의 소통과 번영으로 나아가게 하는 핵심적인 지혜이다. 결국 SSIM에서 보여주는 리더십은 '누가 이끄는가'가 아니라, '어떤 때에, 어떤 자리의 리더십이 활성화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지혜의 기술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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