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한국 경제> 2025년 9월의 복합 위기 (건蹇 → 해解)

2025년 9월 현재 대한민국의 금리 정책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즉 물가 안정(8월 1.7%) 및 경기의 하방 압력이 지속되어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해야 하지만, 서울 주택가격 과열 및 높은 가계부채 (GDP 대비 89.4%) 리스크가 인하의 속도를 제약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금리차 (최대 2.00%p) 고착화와 원/달러 환율 (1,400원 근접) 불안정성 증대로 금융 안정을 위한 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진 '성장과 안정' 간의 상충 상태이다.
2025년 9월, 대한민국 경제가 겪는 상황은 마치 험난한 산길에 홀로 선 사공과 같다. 사공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단순히 무거운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외부 환경과 뿌리 깊은 내부적 불안정성이라는 이중고를 의미한다. 이 거대한 짐을 지고 험한 길을 나아가기 위해서는 섣부른 행동이 아니라,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잘못된 판단은 사공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 경제의 복합적인 딜레마는 『주역』의 39번째 괘「수산건(水山蹇)」에 정확히 비유된다.
험난한 물 앞에 산이 막힌 한국 경제

「수산건(水山蹇)」은 위로는 멈춤을 의미하는 '산(艮)'이, 아래로는 험난함을 뜻하는 '물(坎)'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험난한 물 앞에 산이 가로막혀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이것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외부적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지속되는 강달러 기조라는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있다.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에 무역 갈등 심화와 환율 불안정은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소비자심리지수가 6개월 만에 하락하여 105.5에서 101.2로 떨어지는 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00.5원에 근접하며 국내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내부에 있는 '물'이다. 가계부채, 부동산 PF 부실, 그리고 글로벌 고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3중 위기'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험난한 물'과도 같다. 특히 2025년 상반기 PF 대출 연체율이 4.49%를 기록하며 금융 시스템에 경고등이 되고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5년 1분기 기준 89.4%로 주요국 최고 수준이며, 자칫 작은 충격에도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등이 되고 있다. 이처럼 외부의 불확실성과 내부의 취약성이 겹친 상황은 섣부른 정책적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하며, 오직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금리 정책, '나아가면 험난하고, 돌아오면 안정된다'
이러한 험난한 길 위에서 한국은행(BOK)은 「수산건(蹇)」 괘의 구삼(九三) 효, 즉 '나아가면 험난하고 돌아오면 안정된다(往蹇來反)'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감'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2025년 상반기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의 신호를 보냈으나,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2.50% 동결이라는 '멈춤'을 선택했다.
이는 성장을 위해 금리를 내리려다 자칫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과열이라는 더 큰 '험난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가격 과열을 우려하며 유동성 공급에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즉, 단기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적 '나아감'보다는 금융 안정이라는 근본적인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신중한 복귀'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단순히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이 아니라, 공동체의 안정성을 수호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협받는 공생 시스템과 리더십의 딜레마
이처럼 복합적인 위기 상황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공생 시스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양극화된 다양성
한국 경제는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이라는 다양한 축을 가지고 있으나, 이 다양성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첨단 기술 중심의 성장은 고용 창출 효과가 낮아 낙수 효과가 약화되었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은 위협을 받고 있다.
지연되는 환원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같은 '환원'을 통해 경기를 부양한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한 가계 및 기업 부채 때문에 '위험 환원'이 지연되고 있다. 금리 인하라는 환원은 부동산 거품을 키워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하게 통제되고 있다.
시험대에 선 리더십
한국은행이라는 리더십은 '저성장, 고물가, 양극화'라는 3중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금리 정책의 '신중한 복귀'는 단기적인 성장 부양보다는 금융 안정을 우선하는 수호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중한 태도로 인해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독립성 부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리더십의 신뢰 기반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5년 9월 한국 경제는 멈춰 서서 위기를 진단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수산건(蹇)」의 상황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적 판단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공생을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그러나 버티면 해결되는 순간이 온다 (해解)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몸을 돌이켜 반성하고 덕을 쌓아 나가며 서로가 도와주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고 일이 잘 풀리게 된다. 주역에서도「수산건(蹇)」괘 다음에 나오는 괘는 해결, 해방을 의미하는「뇌수해(解)」괘이다.

괘의 순서를 정하는 <서괘전>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건은 어려움이니, 물건이 끝까지 어렵지만은 못한다. 그래서 해(解)로 받는다.
蹇者 難也 物不可以終難 故 受之以解
「뇌수해(解)」 괘는 벌레가 험난한 물을 벗어난 형상이다. 한국 경제를 그동안 옭아매고 있던 저성장 등의 3중 딜레마가 언제까지나 존재할 순 없다. 지금 나아가지도 머무르지도 못하는 상황임은 사실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한국 경제의 문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정의될 것이고, 지금과는 다른 해법이 발견될 것이다. 다만, 가만히 있어서는 「뇌수해(解)」의 상황을 온전히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서로 함께 도와주며 공생하는 길이 필요하다. 이럴수록 더욱 단단하고 강력한 공생 시스템이 요구되는 이유다.
「수산건(蹇)」의 상황에서는 마음 단단하게 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
「뇌수해(解)」는 반드시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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