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이 들려주는 12.3 계엄(4)] 탄핵과 구속의 끝 (화수미제)

Share

첫번째 글에서 ‘천산둔’ 괘가 경고한 교만함, 두번째 글에서 ‘택화혁’ 괘가 보여준 무모한 혁명적 시도, 그리고 세번째 글에서 ‘수뢰둔’ 괘가 상징한 혼란과 난관. 이 모든 여정의 끝은 결국 주역의 마지막 괘, ‘화수미제(火水未濟)’로 귀결되었다. ‘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떤 것도 온전히 마무리 짓지 못하고, 모든 것이 불완전한 채로 남겨진 상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라는 비극적 운명은 12.3 계엄이 몰고 온 ‘미제’의 상황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화수미제

‘화수미제’ 괘는 위에는 불(火, 이)이 있고 아래에는 물(水, 감)이 있는 형상이다. 불의 본성은 위로 타오르고, 물의 본성은 아래로 흐른다. 이 둘은 서로 만나지 못하니, 화합하여 어떤 결실도 맺을 수 없다. 공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성(하괘)이 전체에 대한 공생(상괘)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전체 사회의 공생 인프라(상괘)가 사회 구석구석(하괘)까지 미치지 못하니, 자꾸 어긋나기만 하고 진전이 없다.

미제의 괘사에서 "작은 여우가 거의 건너려다가 꼬리를 적시니, 이로울 바가 없다." (小狐汔濟 濡其尾 无攸利)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도 사소한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을 망치고, 어떤 것도 완성하지 못했음을 경고한다. 12.3 계엄이라는 무모한 시도는 결국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꿈꾸었던 그들에 의한, 그들만을 위한, 그들의 세상은 결코 오지 않았다.

이제 미제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공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혼돈에 빠진 다양성

하괘에 위치한 감(坎)

하괘는 감괘로서 물, 구덩이, 험난함, 고난 등을 상징한다.

감괘는 굳센 양효가 위아래의 부드러운 음효 사이에 빠져 어려움에 빠진 형상이다. 미제처럼 하괘에 감괘가 놓여 있다는 것은 공생의 핵심 동력원인 다양성 측면에서 쉽지 않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모범적인 공생은 다양성이 전체 사회를 해치지 않는 한 최대한 존중받으며, 위로 뻗어올라가야 하고, 이것을 전체 사회의 공생 인프라가 보호하며 키워주고 끌어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주역에서는 미제의 상황에서 "그 꼬리를 적시니 인색하다."(初六, 濡其尾 吝)고 했다. 무모하게 강을 건너려다 꼬리를 적신 여우의 형상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할 수 밖에 없었다. 정당한 이유의 계엄이 아니었으니, 객기와 다름없었던 대통령의 다양성은 도저히 존중받을 수 없었다.

또한 "미제에 가면 흉하다"(六三, 未濟 征凶 ...)고 했으니, 이것은 ‘미제’의 상태에서 무리하게 나아가려 하면 흉하다는 경고였다고 보인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후('미제'의 상황) 그나마 대통령 개인적으로 나은 옵션은 스스로 과감히 하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탄핵심판 등 법적, 정치적 공방을 계속하며 상황을 종결짓지 못했고, 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되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뒷수습도 못하는 리더

상괘에 위치한 리(離)

상괘의 상황은 어떠할까.

상괘는 리괘로서, 불, 밝음, 분리, 지혜 등을 상징한다. 속은 음효이고 위 아래는 양효로 둘러싸인 모습이다. 밝게 타오르는 불처럼 겉은 화려하고 강하면서 속은 비어있고 부드러운 현상 내지 물건이 이에 해당한다. 리괘가 위치한 상괘는 공생 측면에서 전체 사회의 지도층, 성공한 그룹, 핵심 인프라, 공공 자산 등이다. 하괘에서 자라나는 많은 다양성의 성장을 도와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것을 상괘의 '환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괘의 환원은 하괘의 다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양한 시도 자체가 없는데, 환원이 될 순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많은 다양한 도전 중 몇 개가 성공한 그룹이 되어 다시 후발 주자들에게 환원하는 구조라야만 공생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제의 상황에서 상괘의 환원에 한계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괘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공생 여지는 상괘의 지도자가 올바른 자리에서 올바른 판단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때 가능할 수도 있었다. "바르게 해야 길하고 후회가 없다. 군자의 빛남이 신뢰가 있어 길하다."(六五, 貞吉 无悔 君子之光 有孚 吉)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하지만 어떠했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에게 계엄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탄핵을 두고 둘로 갈라진 국민들을 통합하려는 메시지도 없었다. 대통령은 마땅히 "해야하는" 일을 하지 않았고, 결코 "빛남"이 없었다. 하괘에서 보여준 터무니없는 계엄도 큰 문제였지만, 상괘에서 보여준 무능한 뒷수습도 사태 악화의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미제괘의 상구 효사가 말해주는 의미가 크다. "술을 마시는데 믿음이 있으면 허물이 없지만, 그 머리를 적시면 믿음에 올바름을 잃는다."(上九, 有孚于飮酒 无咎 濡其首 有孚 失是)는 말에서 엄중한 국정의 시기에도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는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머리를 적실 정도로 자기 절제가 없는 리더에 누가 신뢰를 주겠는가.

공생이 이끄는 기제(旣濟)의 사회

공생의 관점에서 볼 때, '화수미제'는 지도자의 오만함이 전체 사회를 얼마나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무가 숲을 이루듯,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조화롭게 역할할 때 사회는 평화롭고 풍요로워진다. 그러나 윤석열과 김건희는 자신들의 권력만을 위해 공생의 질서를 파괴하고, 불화와 대립을 심화시켰다. 그 결과는 그들 개인의 비극적인 운명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아직 끝나지 않은’ 혼란의 늪에 빠지는 것이었다. ‘화수미제’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과연 우리는 그 미완의 사태를 어떻게 극복하고, 진정한 ‘기제’(旣濟, 완성)의 시대로 나아갈 것인가. 이 글에서 읽는 공생이 바로 그 답을 찾는 작은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

#250942

Read more

주역 괘는 로르샤흐의 잉크 자국처럼 우리 내면을 끌어낸다 (이미지 : Gemini)

결정이 힘들 때 '주역'을 읽어야 하는 이유: 뇌의 맥락화와 로르샤흐 효과 (2/2)

양자역학과 주역이 만났을 때: 당신의 무의식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 (1/2)주역의 득괘 행위는 단순한 점술일까요? 양자역학의 중첩 및 관측 효과, 그리고 칼 융의 동시성 개념을 통해 내면의 모호한 고민을 명료한 결단으로 바꾸는 무의식의 인지·심리적 메커니즘을 분석합니다.지혜나무숲지혜나무숲 (위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우리 뇌는 주역괘를 어떻게 인지할까(맥락화와 무의식의

당신은 주역을 통해 무의식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미지 : Gemini)

양자역학과 주역이 만났을 때: 당신의 무의식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 (1/2)

우연한 득괘(得卦)가 내면의 혼돈을 명료한 결단으로 바꾸는 인지·심리적 메커니즘 질문이 상징을 만나는 순간 살아가며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거나 해결하기 힘든 고민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답을 찾는다. 누군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누군가는 독서를 통해서 길을 찾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명상을 하며, 또 누군가는 주역(周易)

주역의 팔괘는 단어, 64괘는 문장으로 세상을 표현할 수 있다. (출처 : 제미나이 생성)

주역 괘로 세상을 표현하는 법(음효·양효부터 SSIM 모델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자)

주역의 괘는 단순하게 생겼다. 하나로 이어진 줄(양효, —) 또는 가운데가 끊어진 줄(음효, - -)이 전부다. 이것을 효(爻)라고 부른다. 음효와 양효는 세상의 모든 음과 양을 상징한다. 여자와 남자, 하늘과 땅, 밤과 낮, 여름과 겨울 ... 세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은 음과 양 2분법적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음과 양이 언제나

고대 초원의 서사적 분위기를 담은 석조 전차의 모습. (출처: StockCake)

선과 악의 시작: 인드라 vs 아후라 마즈다, 그리고 주역으로 본 공동체의 분열 (쾌夬)

아리아인의 생존을 위한 대이동과 전사 집단으로의 변화 공동체는 살아있는 생명이다. 그래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둘로 분열되기도 하고, 분열된 두 그룹이 서로 대립 갈등하기도 한다. 기원전 2000년경, 중앙아시아 초원의 유목민이었던 아리아인들이 그랬다. 그들은 원래 초원에서 소와 말을 키우면서 사는 비교적 온순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과 생존을 위한 인도·이란 대륙으로의 대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