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이 들려주는 12.3 계엄(1)]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과 교만 (천산둔)

2024년 12월 3일 22:00 대한민국에서는 5. 18. 이후 40여년만에 비상계엄이 발령되었다.

개인의 정치 이념을 떠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는 우리에게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 제2, 제3의 12.3 계엄을 막아야하는 민주시민의 책무가 있다. 이제 곧 시작될 개헌 과정에서 다행히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포함하여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질 모양이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평면적으로만 보아서는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조금이라도 기여한 문제의 전체 구조를 놓칠 수 있다. 법률가는 법률, 정치가는 정치, 행정가는 행정의 논리에 따라 각자의 전문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 분석해야하는 이유다.

나는 동양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주역의 관점에서 12.3과 그 이후를 바라보고자 한다. 이 역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입체적인 원인 진단에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오늘부터 4부작에 걸쳐 연재되는 "주역이 들려주는 12.3 계엄 그리고 대통령 탄핵과 구속" 시리즈는 그 결과물이다.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많은 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함께 그의 독특한 행보에 주목하였다. 검찰총장으로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가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면서, 그의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당선과 동시에 '교만'이라는 두 글자가 그의 행보에서 여기저기 흘러나왔다. 주역의 '천산둔(天山遯)' 괘는 당시 상황을 해석하는 중요한 괘 중 하나다.

하늘이 위에 있고 산이 아래에 위치하는 '천산둔(天山遯)' 괘는 군자가 소인으로부터 물러나 자신을 보전하는 시기를 상징한다. '둔(遯)'은 '물러남'과 '숨음'의 의미를 내포하며, 세상이 어지러울 때 군자가 현명하게 물러나 때를 기다리거나, 혹은 내실을 다지며 스스로를 지키는 지혜를 뜻한다. 괘사는 "둔은 형하니, 소는 이하고 정하니라." (遁亨小利貞) 즉, '숨어 물러나는 것이 형통하니, 작은 것은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괘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초기, 즉 권력의 정점에 선 시점에서 겸손한 자세로 내실을 다지고 근본을 바르게 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초기 행보에서는 이미 교만의 징후가 나타났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은 이러한 교만의 단면을 명확히 드러내는 자료로 평가된다. 해당 녹취록에 포함된 김건희 여사의 발언들은 권력관, 무속에 대한 인식, 언론관 등에 있어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과 상당한 괴리를 보였다. 예를 들어, 그녀는 미투 운동에 대해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고 언급하거나, "열린공감TV, 오마이뉴스, 아주경제 장용진 얘네들 내가 청와대 가면 전부 다 감옥에 쳐넣어 버릴 거다"라며 언론 탄압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는 권력의 정점에 도달한 자의 오만함이 내포되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역의 효사를 통해 상황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천산둔' 괘의 초육(初六) 효사는 "돈둔이니 불리정이라." (遯遯不利貞) 즉, '달아나는 것이 계속되니 바르게 하기가 이롭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는 당선 초기에 요구되었던 겸손한 내실 다짐과 국민의 목소리에 대한 경청 대신, 비판적 시선으로부터 회피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육이(六二) 효사는 "집지이황이니 용공우지니라. 이길이라." (執之用黃用弓矢利貞) '황색을 잡고서 쓴다. 활과 화살로써 하면 이로우니라'는 의미이다. 황색은 중용의 덕을 상징하지만, '활과 화살'이라는 표현은 강압적이고 무력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려 했던 모습과 부합한다. 당선 초부터 관찰된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및 야당과의 불통은 이러한 효사의 의미와 상당히 부합하는 양상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구삼(九三) 효사에서는 "계둔이니 유질하니 모례라. 려득사벽하니라." (係遯有疾厲係馬勿逐利貞) '끈에 매여 달아나니 병들고 위태로우며, 말을 매어놓고 쫓지 않으면 이롭다'고 기술한다. 이는 권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 즉 놓지 않으려는 태도가 오히려 병들고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당선인의 주변 인물 관리에 있어 문제가 계속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묶여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상황은 국민에게 '끈에 매여 위태로운' 상황으로 인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직후 52%에서 불과 81일 만에 28%로 급락하였고, 8월 1주차에는 24%까지 떨어지며 임기 내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부정평가는 긍정평가의 두 배를 초과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급격한 하락은 단순히 정책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는 지도자의 겸손하지 못한 태도와 소통 부재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표출된 결과로 분석되며, '천산둔' 괘가 주는 메시지처럼 권력의 정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겸손하게 내실을 다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천산둔' 괘는 권력의 정점에서 발현될 수 있는 교만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권력을 쥐었을 때, 스스로를 과신하고 주변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순간, 그것이 곧 파국의 씨앗이 됨을 의미한다. 공생의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도자가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음을 주역은 제시하는 바이다. 초기의 교만은 앞으로 다가올 무모한 변화의 시도, 즉 다음 챕터에서 다룰 '택화혁' 괘의 파국으로 이어지는 서막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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