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오물풍선을 날렸을까 (지천태)

누군가 내 집 앞에 냄새나는 쓰레기를 투척한다면 시비를 따지기에 앞서 정말 기분 나쁠 것이다. 항의에도 불구하고 반복된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찾아가 멱살잡이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이미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겪고 있다. 상대는 사이는 좋지 않지만 같은 민족 같은 핏줄임을 부인할 수 없는 북한이다.

최근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남한으로 보내고 있다. 그 숫자가 무려 1,000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내용물은 쓰레기와 분뇨가 대부분인데, 냄새는 심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물질이나 방사능 등은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앞서 비유를 든 것처럼 못된 이웃이 우리집 대문에 쓰레기를 투기하는데, 인체에 치명적이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는 웃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방송을 재개할 모양이다. 이건 쓰레기를 투척하는 옆 집 대문에 그 집 가정사나 출생의 비밀 같은 내용으로 스피커를 크게 트는 모양과 같다. 대응 방식이 적절한 지 여부는 여기에서 논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이해하기 힘든 일을 자초하는 북한이나. 그에 대해 삼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폭로전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나 모두 안타깝기 그지 없다. 혹자는 총칼을 들고 전쟁을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으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날마다 출퇴근 때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이웃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위험한 상황인가. 어른들의 갈등에 두 집 아이들은 어떠한가. 남북한이 1989년 교역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초로 2023년도 남북교역량이 0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가장 친밀하게 함께 살고 살리는 공생의 관계가 되어야 할 존재가 남과 북이 아닌가. 굳이 같은 민족이라서, 통일해야 하니까 그런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기에 대립보다는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강제 지배했던 일본과도 협력을 추구하고, 6. 25. 전쟁에서 북한을 도왔던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와도 미래 지향적 관계를 꿈꾸는데 북한은 절대 안된다는 법은 어느 곳에도 없다. 만약 절대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쯤되면 그건 감정이지,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이상 행동을 우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현상(現象)은 그 이면에 상(象)이 있다는 것을 나는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상(象)은 의도와 정확하게 매치되진 않는다. 따라서 상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 그 숨은 의도를 찾아야 한다는 말과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의 이상 행동도 예외는 아니다. 자기들 딴에는 남한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여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려는 대남 전술 차원의 의도를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북한 전문가도 아니고 국제 정세 전문가도 아니므로, 다른 수단도 아닌 왜 풍선을 사용했는지, 또 일반적인 삐라가 아닌 냄새나는 쓰레기와 분뇨를 보냈는지 그 전략적 의미를 알 수는 없다. 다만, 북한의 오물풍선 보내기라는 '현상'이 내포하고 있는 '상'이 무엇인지 주역적 관점에서 살피고자 한다. 상이 파악되면 그 상에서 비롯되는 다른(전혀 달라보일 수 있는) 현상도 발생 가능하기에, 전혀 무의미한 작업은 아닐 것이다.

나는 썩어서 냄새나는 쓰레기와 가축 분뇨가 풍선에 매달려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본다.

어느 신문기사에서는 퇴비라고 보도한 것도 본 적이 있다. 퇴비로 쓰는 분뇨 등은 8괘 중에서 곤괘에 해당한다.

곤(坤)

음효 세 개로 이루어진 곤괘는 땅, 흙 등을 상징한다. 만약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곤괘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날아온 것은 부패하고 냄새가 심했지만, 치명적인 물질은 아니었다. 어쩌면 비료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는 이번 오물을 농사용 거름으로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오물이 온 것은 바다를 통해서도 아니고, 자동차나 가축에 실려 보낸 것도 아니었다. 커다란 풍선에 매달아 남쪽으로 실려 보낸 후, 타이머에 의해 터지거나 자연 낙하하는 방식으로 하늘에서 떨어지게 했다. 하늘은 8괘 중에서 건괘에 해당한다.

건(乾)

이제 곤괘를 상괘로, 건괘를 하괘로 조합하면, 아래 그림과 같은 지천태(地天泰)괘를 얻을 수 있다.

지천태(泰)

즉, '하늘에서 분뇨가 떨어지는' 황당한 현상은 지천태로 표현되는 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글쓴이 마음에 맺힌 상이 지천태라는 것이다. 혹 다른 이는 다른 괘상으로 이 현상을 설명할 수도 있다.)

지천태괘는 위에 땅이 있고, 아래에 하늘이 있는 일반적이지 못한 형상을 갖고 있는 괘이다. 하지만 주역 64괘 중에서 의미가 매우 좋은 괘 중 하나로 통한다. 주역에서 강조하는 것이 소통인데, 아래를 지향하는 땅이 위에 있고, 위를 지향하는 하늘이 아래에 있으므로, 상호간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위에 하늘이 있고, 아래에 땅이 있는 천지비(天地否)괘는 상호간 소통이 꽉 막혀 불통되고 있는 난세 중 난세를 의미한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는 현상(現象)의 상(象)이 '지천태'라는 것은 북한의 전술적 의도와는 관계없이 현재 상황이 남북한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조건이 모두 충족된 상태임을 주역 논리는 보여준다. 하나의 상은 여러가지 다른 현상으로 드러나므로, 지금처럼 관계가 악화되어 긴장모드일 때는 오물풍선으로 날아올 것이고, 반대로 협력모드일 때는 화해 메시지로 날아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옵션이 존재한다. 이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버릴 것인가.

공생해야할 이유가 가장 큰 남과 북에겐 어떤 선택이 더 이득이 될 것인가.

#25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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