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지식


지성과 지식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지성(知性)은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이다. 넓은 뜻으로는 지각이나 직관(直觀), 오성(悟性) 따위의 지적 능력을 통틀어 이른다. 심리학에서는 새로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에, 맹목적이거나 본능적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적인 사고에 근거하여 그 상황에 적응하고 과제를 해결하는 성질을 말한다.

그에 반해 지식(知識)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의미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적 정의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지성과 지식은 비슷하지만 같은 개념이 아니다. 지성은 내면에서 본래 갖추고 있는 본성이다. 그러므로 본성 성(性)이 이름에 있다. 그에 반해 지식은 외부에서 가져온 인식과 이해이다. 그래서 알 식(識)을 사용한다.

지성은 우리의 본성 일부이기 때문에, 사람의 성품을 의미하는 인성(人性)의 다른 면이기도 하다.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새로운 인식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투영되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은 인성을 갖추고 있지만 그 수준에 따라 내면에 쌓이는 지적 세계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서로 다른 내면에서 서로 다른 사고와 행동이 비롯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성과 지식은 삶의 필수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지성의 바탕 위에 지식이 쌓여야한다는 점에서는 위상이 다르다. 지식이 많지 않아도 지성이 돋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동시에 지식이 많다고 해서 지성이 반드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지성은 원래 내면의 있는 지(知)이므로, 개인적인 욕망과 왜곡된 선입견이 본래의 지를 가리는 것을 끊임없이 막아야 한다. 왕양명은 누구나 갖추고 있는 내면의 지를 양지(良知)라고 하였고, 양지를 밝히려는 노력을 치양지(致良知)라고 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知)을 행할 때 비로소 진짜 아는 것(知)이다. 그래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또한 지성을 깨우치는 일은 결국 자신의 일이며, 특별한 기회로 이루어지는 이벤트가 아닌 일상 생활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사상마련(事上磨鍊)이다.

지식은 외부의 지(知)이므로, 끊임없이 공부해서 습득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먼저 공부해야만 숙지해서 써먹을 수 있다. 이것은 주자학의 '먼저 배우고 그 다음에 실천한다'는 선지후행(先知後行)의 이치에 부합한다. 주자는 성인이 남긴 경전에서 세상의 모든 이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물론 주자는 외부의 지를 통해 누구나 이미 갖추고 있는 내면의 지를 깨우친다는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경전 공부에서 자기 수양의 근거를 찾는다), 지식이 외부에서 얻는 지라고 한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굳이 경전에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교양서, 전문서적, 유튜브, 블로그 등의 지적 원천을 통해 우리는 지식을 습득하고 익힐 수 있다.

다시 언급하지만 지성과 지식은 삶에 있어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의 개별 사고와 행동은 절대적으로 지성으로만 움직이거나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지성을 깨우치는 것도,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모두 필요하다. 다만 철학적으로 볼 때 전자의 접근은 양명의 지행합일, 치양지의 원리가 부합하고, 후자는 주자의 선지후행, 사물에 다가가 이치를 찾는 방식(卽物而窮其理)이 좀 더 설득력있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하게 참고할만하다

코칭은 대상자 스스로 알고 있는 답을 찾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다. 스스로 알고 있는 답을 찾는 과정이므로 내면의 지를 찾는 지성의 추구에 가깝다. 그리고 실행에 옮기도록 돕는 것은 내면의 지를 행동에 부합하게 돕는 지행합일의 협력이다. 이처럼 양명학에서는 코칭의 철학적 근거를 풍부하게 발견할 수 있다. 양명학과 코칭을 심도있게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250345


Read more

[주역이 들려주는 12.3 계엄(3)] 민주주의에 막히다: '수뢰둔(水雷屯)'

앞에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무모한 '혁명'을 꾀하며 '택화혁' 괘의 지혜를 외면했음을 살펴보았다. 성급하고 준비되지 않은 반민주적 혁명적 시도는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그 파국이 남긴 것은 극심한 혼란과 정체, 곧 주역의 '수뢰둔(水雷屯)' 괘가 상징하는 난관과 혼돈의 상황이었다. '둔(屯)'은

[주역이 들려주는 12.3 계엄(2)] 파국으로 치닫는 밤: '택화혁(澤火革)'

앞 글에서 우리는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초기에 보였던 교만이 '천산둔' 괘의 경고를 외면했음을 이제 안다. 그 교만은 단순한 개인적 문제를 넘어, 점차 권력의 오만함으로 발전하며 급기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인 시도를 낳고 말았다.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단순한 정치적 해프닝을 넘어,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이자 사건&

[주역이 들려주는 12.3 계엄(1)]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과 교만: 천산둔(天山遯)

2024년 12월 3일 22:00 대한민국에서는 5. 18. 이후 40여년만에 비상계엄이 발령되었다. 개인의 정치 이념을 떠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는 우리에게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 제2, 제3의 12.3 계엄을 막아야하는 민주시민의 책무가 있다. 이제 곧 시작될 개헌 과정에서 다행히도

세종시... 유니콘이 되고자 하는 스타트업

세종시... 유니콘이 되고자 하는 스타트업

이제 며칠후면 2012년 7월 1일 세종시가 공식출범한 지 만 13년이 된다. 노무현 정부 때 당당하게 수도로 출발했던 세종이 헌법재판소 위헌판결로 발목을 잡혔고, 뒤이은 이명박 정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격하되었던(그것도 박근혜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디펜스해주어 그나마 남은 것이다...) 아쉬움의 도시.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행정안전부와 중소기업부(부로 승격)의 이전이 이루어졌고,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