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변화는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Share
<'날씨의 아이'> 변화는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Weathering With You, 2019)>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래는 애니메이션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쿄의 하늘은 끊임없이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을 기도를 통해 맑은 날로 바꿀 수 있는 소녀. 아마노 히나.

그녀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날씨의 무녀'이다. 그녀가 기도할 때마다 하늘은 그에 응답하여 맑게 갠 햇살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공짜는 없는 법. 

히나가 사라져야만 비가 그치질 않고 여름에도 눈발이 날리는 이상 기후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

호다카와의 애틋한 감정을 뒤로 하고, 결국 히나는 하늘로 사라지지만...

간절한 호다카의 노력으로 히나는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대신 기도를 통해 날씨를 바꾸는 특수한 능력은 사라져버렸다.

무녀의 희생이 없었던 일로 되면서, 도쿄의 하늘은 다시 끊임없이 비가 내렸다. 

땅은 물에 잠기고, 건물과 공원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넓은 도시 위로 물길이 생기고, 처음부터 원래 그랬던 것처럼 구불구불하게 뻗은 해안선이 길게 생겼다.

해수면이 상승하여 넓은 도시가 바다에 잠식되어 버린 모습.

한바탕 쓰나미가 덮친 것처럼 재앙이 쓸고간 모습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쿄가 아닌, 물에 잠겨 도시가 마비된 처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색감처럼 

마냥 비극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애니에서 800년전 '날씨의 무녀' 설화를 설명했던 할아버지는

이상 기후가 아니라,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특수한 능력을 가진 무녀가 잠시 날씨를 돌려놓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하늘은 자신의 뜻대로, 계획대로, 그림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물에 잠기면서 고택에서 나와 아파트로 옮겼던 마지막 의뢰인 할머니도 비슷한 말을 한다.

200년전 도쿄의 모습을 찾은 거라고.


참고로 일본 도쿄 지역은 원래 태풍이 잦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퍼붓는 경우도 많다.

또 에도(江戸)강, 스미다(隅田)강, 아라(荒)강 등 대형 하천이 도시를 지나기 때문에 홍수의 피해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다만, 아래 사진과 같이 '수도권외곽방수로(首都圏外郭放水路)'라고 불리는 지하 방수로를 설치하는 등 이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을 뿐이다<참고>. 따라서 이런 치수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과거에는 어쩌면 물에 잠긴 도쿄가 더 자연스러운 원래 모습이었을 것이다.
 

거대한 그리스 로마 신전과 같은 ... 도쿄 외곽의 '수도권외곽방수로' 모습

 

우리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접할 때마다 세상이 망할 것같은 공포를 느끼곤 한다.

그것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우리가 모르는 더 큰 주기의 변화의 흐름이 있을 것이고, 지금의 변화는 그저 그 끝을 찾아가는 과정일런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변화는 그 순환 안에서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250344


Read more

나무가 좋은 것은 나무를 비로소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까

"꽃과 나무가 좋아진다면" 나이 탓이 아닌 본질을 깨달은 증거

나이가 들수록 나무가 좋다. 나무가 이루는 숲이 좋고, 그 숲에 깃드는 새들의 소리, 숲 언저리에 흐르는 개울, 계절마다 바뀌는 고유한 향, 숲의 풍경이 좋다. 나무가 좋다보니,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좋아지는 거 같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듯 하다. 꽃이 좋고, 나무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주변에서는 나이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워킹 데드>의 주요 무기들

[워킹데드] 주요 캐릭터별 주력 무기(Weapon)와 공생 능력

<워킹 데드>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 존재할 때 생존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올라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사실 현실의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생활(예를 들어 병원, 식료품점, 농사, 사냥, 치안유지, 군사력 등등)은 결코 공짜가 아니며,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서 최선을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2010)'의 주인공은 좀비가 아니다. 사람이다.

[워킹데드] 좀비가 주인공이 아닌 좀비 드라마 (넷플릭스 미드 추천)

최근 미드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2010)'에 푹 빠졌다. 본편이 종영된 지 4년 가까이 되는데, 뒤늦게 그 맛에 중독되어버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소재로 등장하는 좀비물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조금씩 영화마다 특색있는 좀비들이 등장하긴 했다. ('월드워 Z'에서 뛰어다니는 능력, '킹덤'에서 밤에만

세종뷰닷컴의 메인 페이지

나를 사로잡았던 AI 바이브 코딩 ... 그리고 세종뷰닷컴

블로그에 글을 남긴 지 벌써 몇 달이 흘렀다. 그 동안 새로운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AI 바이브 코딩이 내가 발견했던 새로운 장난감이었다. 난 원래 프로그래밍을 정말 좋아한다. 컴퓨터라는 기계와 인간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냥 소통이 아니라, 일을 시킨다는 것은 더 마음에 든다. 내게만 충성하는 믿음직한 해결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