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끝) 12·3 비상계엄 판결문 전문 분석: 부서(副署)가 중요한 이유 (4)

지금까지 판결문을 함께 읽으며, 재판부가 인정하는 (1) 그날의 '사실'은 무엇인지, (2) 12.3 계엄이 '내란'인 이유, (3) 국무회의 심의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재판부는 한덕수 전 총리(이하 피고인)의 행위 중에서 국무위원 부서 관련 외관 형성 시도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내용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무회의 심의와 함께 국무위원의 부서(副署)가 무엇이길래, 이에 대한 책임을 중하게 묻고 있는 것인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먼저 헌법 제82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82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

비상계엄 선포 역시 대통령의 권한 행사이므로, 이는 문서로써 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더불어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아래와 같이 부서(副署)의 의미에 대하여 헌법 제82조와 큰 차이 없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부서(副署)는 대통령의 국무에 관한 문서에 국무총리 등이 함께 서명하는 행위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부서(副署)는 대통령의 국무에 관한 문서에 국무총리 등이 함께 서명하는 행위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그런데 만약 부서를 해야할 권한 있는 사람이 부서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가 없는 대통령의 국무에 관한 문서는 효력이 있을까요? 아니면 없을까요?

실제 12. 3 내란 과정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은 부서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이를 피고인이 설득했구요. 헌법 규정 만으로는 이때 문서의 효력에 대해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이 사건 계엄 선포와 관련된 문서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를 하였으므로 헌법 제8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증거로 제출된 비상계엄 선포문과 한덕수, 이상민의 증언, 박성재의 국회에서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계엄의 종류, 계엄 일시, 계엄 지역, 계엄사령관이 적시된 비상계엄 선포문이 작성되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거기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사실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오히려 최상목, 조태열, 오영주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대접견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어떤 직원이 문서에 참석자 서명을 하여야 한다고 하였으나 서명을 거부하였다는 사정이 엿보일 뿐이다.

이 사건 계엄 선포와 관련된 문서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를 하였으므로 
헌법 제82조를 위반한 것이다.

<대통령(윤석열) 탄핵, 2024헌나8, 2025. 4. 4. >

이와 같은 논리는 피고인의 1심 판결문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납니다.

대한민국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서 하며, 그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 규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는 문서의 형식으로 하여야 하고, 그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명확하게 하고 책임 소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헌법상 요구되는 기관 내부적 권력 통제 절차입니다.

<사건번호 2025고합1219 1심 선고 전문 8쪽>

특히 헌법 제82조에서의 문서주의 그리고 이에 대한 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 행위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명확하게 하고, 책임 소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내부적 권력 통제 절차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대통령제 국가라고 해서, 대통령이 곧 국가가 되는 절대 왕국은 아닙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을 위해 행사 되어야 하고, 그 과정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국무회의 심의가 대통령의 권한을 통제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제도라고 하였는데, 부서(副署) 행위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통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2.3 내란은 헌재가 판시한 것처럼, 시민들과 위헌위법한 계엄 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준 군경 덕분에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 선포 행위가 위헌위법한 것이라는 논리는 국무회의 심의 그리고 계엄 선포 문서 상 부서 누락이라는 결정적 하자 때문에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국무회의 심의 그리고 대통령 문서의 부서 행위라는 민주적 시스템이 12. 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단죄할 수 있었던 결정적 근거였음을 확인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민주 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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