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판결문 전문 분석: 국무회의 심의가 중요한 이유 (3)
전 편에서는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라고 1심 재판부가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이어서, 판결문을 계속 읽어나가겠습니다.
판결문에서는 한덕수 전 총리(이하 피고인)가 내란중요종사자로서 무슨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는 지 기술되어 있습니다.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소장에 많은 행위들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먼저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중요 임무 종사로 인정되는 행위는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 형성 관련 행위, 헌법과 범죄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인정되는 자기의무 위반 관련 부작위, 국무위원 부서 외관 형성 관련 행위,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관련 지시 이행 방안 논의입니다.
<사건번호 2025고합1219 1심 선고 전문 4쪽>
재판부는 피고인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의 내용에 대해, 결론부터 얘기하고 있습니다. 첫번째가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 형성, 두번째는 자기의무 위반 관련 부작위, 세번째는 국무위원 부서 외관 형성, 네번째는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등 지시 이행 방안 논의 입니다.
판결문을 읽어보면, 사실 첫번째와 두번째는 국무회의 심의라고 하는 계엄 선포에 앞선 중요한 절차를 피고인이 유명무실하게 형해화(形骸化)시켰다는 측면에서 모두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바로 이 점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 형성 관련 행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에 관하여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외형적으로나마 갖추도록 함으로써 윤석열 등이 내란 행위를 함에 있어 중요한 임무에 종사했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후략)
<사건번호 2025고합1219 1심 선고 전문 5쪽>
대한민국 헌법 제89조 5호는 다음과 같이 계엄과 그 해제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89조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
5. 대통령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과 그 해제
...
참고로 계엄 선포가 '국무회의 심의 대상'이라는 것은 비상계엄 선포 권한이 우리 헌법상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국무회의는 의결 기관이 아닌 심의 기관으로 작동합니다.
이 때 '심의'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이 안건에 대한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을 통하여 의견을 교환하거나 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하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선포 취지만 간략히 통보하고 5분 만에 자리를 떴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제안 설명, 토의, 의견 진술 기회 부여 등 실질적인 토론 과정이 없었으므로, 설령 의사정족수(과반수 출석)를 채웠더라도 "실질적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순히 국무위원들이 모여 찬성 도장을 찍는 '의결' 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적법한 것이 아니라, 안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심의' 절차를 거쳤느냐가 헌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된 것입니다.
계엄은 헌법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이것을 이유로, 일부 극우 세력들은 대통령이 자기 권한을 행사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합니다. 일견 이러한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권한 행사에는 중요한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무회의 심의인 것입니다.
국무회의 심의는 대통령이 와서 통보하고, 형식적으로 숫자만 맞춰서 찬성 도장을 찍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모든 국가 권력이 모여 있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계엄법을 바꿔봐야, 계엄이라는 제도가 있고, 그 선포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 한, 완전히 12. 3 내란의 재발 가능성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있는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습니다. 실질적인 국무 회의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계엄은 위헌 위법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은 당시 국무회의가 적법절차 대로 이루어져 충분히 심의된 것처럼 포장하려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이를 무시하고 선포하려는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심의를 건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심의 과정에서 보여준 행동은 국무회의 심의라는 제도를 통해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엄 선포에 그나마 채워져 있던 민주주의 족쇄를 해제시켜주기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그 것을 내란 중요 임무 종사로 본 것입니다.
다음으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인정되는 자기 의무 위반 관련 부작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피고인은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국무회의 구성원들이 전 정부적 차원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을 통하여 의견을 교환하거나 조정할 수 있도록 국무회의를 운영하여야 하고, 그 전제로서 모든 국무회의 구성원에게 빠짐없이 소집을 통지하여야 하며, 비상계엄 선포에 의한 심의에 필요한 검토 의견 등을 명확히 밝혀 제출하도록 하여야 하고, 국무회의 간사인 행정안전부 의정관을 참석시켜 국무회의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자기 업무가 있습니다.
(후략)
<사건번호 2025고합1219 1심 선고 전문 7쪽>
판결문은 피고인의 국무총리로서의 자기 의무 역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을 통해 의견 교환과 조정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의무를 다하지 않는 부작위로 이를 방해하였습니다.
사실 12. 3 내란 판결의 의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들의 권한 행사가 매우 무겁고 중요한 것임을 확인한데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12. 3 국무회의 때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많은 위원들이 비상 계엄 선포를 반대하고, 우려했다고 합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습니다. 하지만 국무회의 심의가 제 역할을 다하였다면, 12. 3. 내란이 있었을까...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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