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려면(1)
梁惠王曰:「寡人之於國也,盡心焉耳矣。河內凶,則移其民於河東,移其粟於河內。河東凶亦然。察鄰國之政,無如寡人之用心者。鄰國之民不加少,寡人之民不加多,何也?」
孟子對曰:「王好戰,請以戰喻。填然鼓之,兵刃既接,棄甲曳兵而走。或百步而後止,或五十步而後止。以五十步笑百步,則何如?」
曰:「不可,直不百步耳,是亦走也。」
曰:「王如知此,則無望民之多於鄰國也。不違農時,穀不可勝食也;數罟不入洿池,魚鼈不可勝食也;斧斤以時入山林,材木不可勝用也。穀與魚鼈不可勝食,材木不可勝用,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養生喪死無憾,王道之始也。五畝之宅,樹之以桑,五十者可以衣帛矣;雞豚狗彘之畜,無失其時,七十者可以食肉矣;百畝之田,勿奪其時,數口之家可以無飢矣;謹庠序之教,申之以孝悌之義,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七十者衣帛食肉,黎民不飢不寒,然而不王者,未之有也。
狗彘食人食而不知檢,塗有餓莩而不知發;人死,則曰:『非我也,歲也。』是何異於刺人而殺之,曰:『非我也,兵也。』王無罪歲,斯天下之民至焉。」
맹자 양혜왕편 3장이다.
3장에서는 유명한 구절인 '오십보백보'라는 표현이 나오는 장이다. 위 원문처럼 이번 장도 상당히 긴 편이므로 적당히 양을 나누어 진행하도록 한다.
梁惠王曰:「寡人之於國也,盡心焉耳矣。河內凶,則移其民於河東,移其粟於河內。河東凶亦然。察鄰國之政,無如寡人之用心者。鄰國之民不加少,寡人之民不加多,何也?」
(양혜왕왈 : 과인지어국야, 진심언이의. 하내흉, 즉이기민어하동, 이기속어하내. 하동흉역연. 찰린국지정, 무여과인지용심자. 린국지민불가소, 과인지민불가다, 하야?)양혜왕이 물었습니다. "과인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마음을 다 할 뿐이다. 하내에 흉년이 들면, 곧 그 백성을 하동으로 이주시키고, (하동의) 그 곡식을 하내로 옮긴다. 하동에 흉년이 들어도 그렇게 한다. 이웃국가의 정치를 살피면, 과인의 마음쓰는 것과 같은 곳이 없다. (그럼에도) 이웃나라의 백성은 줄어들지 않고, 과인의 백성은 늘어나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粟(속 : 조, 오곡)
寡人(과인)은 왕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다. 사극에서 많이 나오는 표현이다.
於國(어국)에서 於가 다시 나왔다. 지난 포스팅에서 王立於沼上(왕립어소상 : 왕이 연못가에 서 있다)에서의 於가 '~에서'(at)라는 뜻이었다면, 여기 於는 ~에(to)라는 뜻이다. 한문에서는 이와 같은 어조사 於, 也, 而 등의 쓰임이 헷갈리면서 중요한데, 이는 한문을 많이 읽어보면서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수 밖엔 없다.
耳矣는 꽤 빈번하게 쓰이는 표현으로서, '~할 뿐이다', '~할 따름이다'의 의미를 가진다.
흉년에는 백성을 옮기고, 곡식을 옮겨서 구휼하는데 왜 자신의 나라에 국민이 팍팍 늘지 않느냐는 양혜왕의 질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춘추전국시대에는 인구수가 국력과 비례했다. 인구가 많아야 더 많은 세금을 걷고, 더 많은 군대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의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은 언제나 더 살기 좋은 나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래서 각 국의 군주는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원하는 정치를 펼쳐서, 더 많은 백성들이 자신의 나라로 옮겨올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이다.
양혜왕이 실제로 선정을 베풀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백성들을 어떻게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 지를 고민하긴 한 모양이다. 그런데 고민하고, 나름대로 실행했음에도 인구수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항상 깨어있으라', '실행하라'는 행동원칙 말고, 리더십에 필요한 요건이 또 있는 것인가.
맹자의 해법이 궁금하다.
孟子對曰:「王好戰,請以戰喻。填然鼓之,兵刃既接,棄甲曳兵而走。或百步而後止,或五十步而後止。以五十步笑百步,則何如?」
(맹자대왈 : 왕호전, 청이전유. 전연고지, 병인기접, 기갑예병이주. 혹백보이후지, 혹오십보이후지. 이오십보소백보, 즉하여? )曰:「不可,直不百步耳,是亦走也。」
(왈 : 불가, 직부백보이, 시역주야.)맹자가 대답하길,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청컨대 전쟁으로 비유하겠습니다. 북소리를 울리며, 전투가 시작되었는데, 갑옷을 버리고 병기를 끌면서 도주하였습니다. 혹은 백보를 가다가 멈추고, 혹은 오십보를 도망가다가 멈추었는데, 오십보간 사람이 백보를 간 사람을 비웃었다면, 어떠합니까?"
(왕이) 말하길 : 옳지 않다. 백보가 아닐 뿐이다. 역시 도주한 것이다.
喻(유 : 비유하다), 填(전 : 북소리), 鼓(고 : 두드리다), 刃(인 : 칼날, 병기), 棄(기 : 버리다)
유용한 표현들이 많이 나왔다. 한문도 영어처럼 숙어가 많이 있는데, 그것의 개념을 이해하고, 실제 문장에서 자주 접하는 방법이 빨리 익히기에 좋다.
請以戰喻에서 請은 영어로 please..라고 이해하면 된다. 대개 문장앞에 두고 공손하게 요청할 때 사용한다. 以(A)(B)는 'A로써 B하다'의 의미가 되므로, 以(A)喻는 'A로써 비유하다'가 된다. 그래서 請以(A)喻는 '청컨대 A로써 비유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이 된다.
填然鼓之,兵刃既接는 전투를 묘사하는 문장이다. 한문에서도 의태어, 의성어와 같은 표현이 있어, 알면 독해가 쉽지만, 한자가 어려운 편이라서 모르면 함정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填然鼓之는 직독하면 '북소리가 나고, 북을 두드리다'가 된다. 그래서 填然을 '둥둥'이라고 의성어로 번역하기도 한다. 兵刃既接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이미 서로 붙어서 싸우고 있는 장면이다. 직독하면 '병사와 무기들이 이미 접했다'가 된다.
棄甲曳兵而走에서 어려운 부분은 甲과 兵가 아닐까 싶다. 棄는 버리다, 曳는 끌다의 동사다. 그렇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끌고 而走 즉 도주하는가. 甲은 갑옷, 兵은 병기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문장이 병사가 도주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或百步而後止,或五十步而後止에서 或은 '혹은', 而後는 말 그대로 '...한 이후에..'의 의미다. 그래서 혹은 백보 이후에 멈추고, 혹은 오십보 이후에 멈추다로 독해할 수 있다.
則何如?도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則은 '이것은 즉'이라고 해석하면 충분하다. (A)何如는 'A는 어떠한가', 'A를 어떻게 하겠는가'의 의미다.
直不百步耳에서도 숙어가 나왔다. 直(A)耳는 '단지 A일 뿐이다'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直不百步耳는 '단지 백보가 아닐 뿐이다'가 된다.
오십보 백보의 유명한 구절이 나오는 부분이다. 오십보나 백보나 모두 도망가는 것은 매 한가지라는 의미다. 오십보갔다고 백보간 사람보다 도덕적으로 더 나을 부분은 없다. 지난 포스팅에서 양혜왕은 자기가 백성들을 위해 그렇게 마음을 쓰는데, 왜 인구가 크게 늘지 않느냐고 맹자에게 물었다. 맹자가 왜 오십보백보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 더 궁금해진다.
曰:「王如知此,則無望民之多於鄰國也。
(왈 : 왕여지차, 즉무망민지다어린국야)답하길, "왕께서 이것을 알고 있다면, 이웃국가보다 백성이 많아지는 것을 바라지 마십시오."
如(여 : 만약, 만일)
於의 세번째 사용이 나오는 구절이다. 지금까지 於는 ~에서(at), ~에게(to)의 의미를 사용했다. 이번에는 비교하는 내용으로 ~보다(than)의 의미이다.
無望(A)는 'A를 바라지 마라'가 된다.
이전 내용에서 양혜왕은 오십보를 도망간 병사나 백보를 도망간 병사나 모두 도망간 것일 뿐이라는 답변을 했었다. 그 답변에 대하여 맹자가 위와 같이 대답한다. 그 의미가 뭘까.
진정으로 백성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아마도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일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 전쟁의 위협에서 해방, 백성들을 괴롭히지 않는 정치 등이 될 것이다. 그런데 양혜왕은 어떠한가. 맹자가 답변의 서두에 얘기하는 것처럼, 양혜왕은 전쟁을 좋아한다. 먹고 먹히는 전국시대에서 어쩔 수 없을 수 있지만, 백성들에겐 어느 나라건 전쟁의 휘말리는 것은 두렵고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흉년에 백성들을 구휼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것은 진정 백성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강한 군대를 만들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양혜왕이나 이웃 국가의 지도자나 오십보 백보의 차이일 뿐이라는 논리다.
리더는 어떤 일이든지 도모하기 전에 제대로 된 목적부터 설정해야 한다. 그 목적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팔로어들의 마음을 얻을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인기에 영합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 시점, 이 상황에서 팔로어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 것인지, 바둑의 수를 놓듯 하나씩 놓아야 한다.
그래서 리더는 쉽지 않다.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그렇다고 독선적이어서도 안된다. 끊임없이 설득하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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